노동부 '勞-勞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부가 각 부처 내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노동부의 6급 이하 공무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 산하 6급 이하 직원 1백7명은 지난 10일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직으로 전환하는 데 결사 반대한다"며 노동부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가칭)를 결성하고 노조설립을 결의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전국적인 규모의 노조설립 발기인대회를 열고 7월 중 노조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 부처 가운데 노조설립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곳은 노동부가 처음이다.

이들은 "(직업상담원이) 법에도 없는 권리확보를 위해 노동조합 또는 다수의 힘을 이용해 현행 법규정을 무시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공무원으로 전환하려는 후진적인 발상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의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선 정부 부처 내 비정규직인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 정보통신부의 우편집배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 노동부에는 전국 1백55개 고용안정센터에 1천8백여명의 직업상담원이 고용돼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업상담원들은 외환위기 당시 실업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험을 거치지 않고 공직자 등의 소개로 취업했다"며 "이들을 공무원으로 받아들이면 공직사회의 틀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노조를 설립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들은 노조설립 준비위를 결성하면서 "절대로 위법한 행동이나 공무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단체행동 같은 무리한 방법이나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법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국가공무원법을 어겨가며 단체를 결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노동부 노조설립준비위는 수사권을 가진 근로감독관 등의 노조가입 허용도 요구했다.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부가 마련한 공무원노조법에는 수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