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방위, 지뢰 매설 부인 “증명할 동영상 내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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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목함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 “우리가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북한의 담화는 14일 오후 김정은(얼굴) 노동당 제1비서가 제1위원장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이름으로 발표됐다. 지난 4일 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국방부가 도발 주체로 북한을 지목한 지 나흘 만이다. 북한은 국방부가 청와대에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한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부재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 담화를 냈다.

 북한 국방위는 성명에서 “현지의 우리 군인들도 폭발 장면을 목격했지만 남측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크게 관심하지(두지) 않았다”며 “우리 군대가 그 어떤 군사적 목적을 필요로 했다면 막강한 화력 수단을 이용하였지 3발의 지뢰 따위나 주물러댔겠는가”라고 했다. 특히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시하라”며 “그것이 없다면 다시는 북 도발을 입 밖에 꺼내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발표 때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 동영상이나 1차 폭발 장면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동영상’을 언급한 건 국방부 발표를 역으로 공격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해석했다.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생전 여러 강연에서 “북한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테러를 하고 발뺌하는 전략을 펼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성명이 국방위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제1위원장인 국방위에서 담화가 나왔다는 건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담화에 앞서 14일 정오쯤 서해 군통신선을 이용한 ‘전선서부지구사령부’ 명의 전화통지문에서 지뢰 도발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전통문은 “우리(북)와 맞설 용기가 있다면 전장에 나와 군사적 결판을 내보자”며 “차후 (한국군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하겠다”며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 등 남측 응징 조치에 대해 “무모한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총참모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참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이 북측의 목함지뢰에 의해 발생한 명백한 도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측이 책임을 회피하며 적반하장 격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며 “무모하게 또다시 도발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이날 담화를 낸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앞두고 더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북, 추가 도발 중단토록 하자”=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방한 중인 크리스틴 워무스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날 오후 “최근 북한의 DMZ 지뢰 도발 행위는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추가 도발을 중단하도록 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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