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빅4 구도 깼다, 노상래 패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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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격수 스테보(왼쪽)와 이종호(가운데)를 앞세워 전남을 바꾼 노상래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엔 빅4가 있다. 전북 현대·수원 삼성·포항 스틸러스·FC 서울이다. 2011년부터 꾸준하게 4강권을 형성한 이들을 빅4라고 부른다. 그런데 올 시즌 빅4를 깬 팀이 나타났다. 전남 드래곤즈다.

 전남은 23라운드까지 승점 37점(10승7무6패)을 쌓아 3위에 올라 있다. 빅4인 서울(승점 35)·포항(승점 34)에 앞섰고, 2위 수원(승점 40)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FA컵에서도 4강까지 올라 있다. 2010년 이후 5년 동안 중하위권(10-7-11-10-7위)에 맴돌던 전남은 프로축구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으로 급부상했다.

 초보 지도자 노상래(45) 감독이 만년 중하위권 팀 전남을 바꿨다. 노 감독은 올 시즌 처음 프로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소리 없이 강한 팀을 만들었다. 전남은 노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끈끈한 팀으로 거듭났다.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33)와 오르샤(23)는 나란히 득점 공동 2위(8골)에 올랐고, 신예 공격수 이종호(23)는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동아시안컵에서 활약했다.

 노 감독은 전남이 낳은 스타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해 득점왕과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2002년까지 8년 동안 219경기에 나서 71골을 넣었고, 캐넌 슈터라는 별칭도 얻었다. 2012년부터 전남 코치를 맡았던 노 감독은 지난해 말 하석주 감독의 후임으로 친정팀을 맡았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 길을 헤쳐나가겠다”고 했다. 변화를 위해 그가 내세운 건 ‘가족’이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족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은 45세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선수들끼리 식사 시간이나 휴식 때 모여 축구와 팀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노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필요할 때마다 내게 조언을 구한다. 소통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 감독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도 전남을 강하게 했다. 노 감독은 선수별로 상대 전적과 승률, 상대 선수들과의 관계 등을 꿰뚫고 있다. 경기 당일 날씨에 따라 선수 기용이나 전술을 과감히 바꾸기도 한다.

 프로 감독 첫 시즌에 노 감독은 FA컵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역 시절이던 1997년, 전남의 FA컵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 때에 이어 감독으로서 한번 FA컵을 들어보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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