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6원, 삼성물산 합병 작은 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삼성물산 주가가 24일 종가 기준 5만8000원까지 떨어지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 마지막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66원만 더 하락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하 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내 주식을 매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가 많으면 주식 매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합병 결정을 했다가 청구권 행사 요청이 예상보다 많아 합병이 무산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청구권 행사 가격은 각각 주당 5만7234원과 15만6493원이고 행사 시한은 8월6일이다. 두 회사는 청구권 행사 요청가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제일모직은 24일 종가가 16만9500원이라 행사가액과의 차이가 크지만 삼성물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6일 종가가 6만9300원이었던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결정이 내려진 17일 10% 폭락한 이후 계속 하락세다. 삼성물산 주가는 두 회사간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대0.35(삼성물산)로 확정되면서 그 비율대로 제일모직 주가에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합병 호재가 사라진 제일모직의 주가가 하락하자 3분의 1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 52% 감소, ▶정부의 가계대출 대책 등으로 인한 건설업종 주가 약세 등도 삼성물산 주가 하락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청구권 행사로 인한 합병 무산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최대 합병 반대세력인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재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지분율 7.2%)를 갖고 있다. 모두에 대해 청구권 행사를 한다 해도 가액은 6378억원에 그친다. 합병 무산을 위한 최소가액을 채우려면 8622억원이 더 필요한데 군소 주주가 가세한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당 6만원 이상 구간에서 주식을 상당량 매입했던 엘리엇이 손해를 보고 낮은 가격에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도 작은 상황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자사주 취득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어 향후 주가는 긍정적이다. 삼성물산 주가도 제일모직에 연동해 움직이는 만큼 청구권 가격을 밑돌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새 합병법인 출범시 지분율이 2%대로 낮아져 영향력이 급감할 엘리엇이 합병 이전에 ‘모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