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7·사진) EG 회장이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두 달여 동안 네 차례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지난달 말 과태료 200만원 처분)해온 그는 지난 14일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이날 법정에 섰다. 해당 재판은 박 회장에게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 17건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관천(49) 전 청와대 행정관과 불구속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것이다.
박 회장은 재판에서 일단 ‘비선 실세’라는 세간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이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이유가 박 회장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회장은 “검찰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나는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고, 심하게 말하면 그런 것에 냉소적이다. 조 전 비서관도 그걸 잘 알고 있는데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1994년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담당 검사였다.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을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다시 만나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또 “정권 출범 후에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조 전 비서관이 나와 집사람(서향희 변호사)을 관리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로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았느냐’는 질문엔 “조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 임기 동안 집사람이 변호사 일을 접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 집사람이 받아들였다. 여담이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쌍둥이도 낳고 그랬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박 회장에게 청와대 유출 문건을 본 기억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박 회장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정윤회씨 문건은 ‘정씨가 별거 중이다. 정씨를 만나려면 7억 정도 준비해야 한다’는 등 특이한 내용이 있어서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 회장 부부와 무관한 내용인데 왜 전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정씨의 (저에 대한) 미행설 보도가 나오고 제가 정씨한테 관심 있겠다 싶어 준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 전 ‘증인지원절차’를 신청한 박 회장은 이날 일반 출입구가 아닌 법정 안쪽 통로를 이용해 입장했다가 같은 경로로 돌아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