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30승 '괴물투수' 장명부씨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 30승을 거둔 '괴물투수' 장명부(일본 이름 후쿠오 다카후미)씨가 13일 일본에서 숨졌다. 55세.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장씨는 13일 오후 1년 전부터 운영해 온 와가야마(和歌山)현의 마작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장씨가 병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돗토리(鳥取)현 출신인 장씨는 돗토리니시고를 졸업한 1969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으나 4년간 1승도 못 거두고 73년 방출됐다. 그러나 77년 히로시마 카프스로 옮긴 후 6년간 58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장씨는 통산 91승 84패 9세이브를 기록하고 82년 일본 프로야구계를 은퇴했다. 이듬해 연봉 4000만 엔(당시 약 1억2000만원)을 받고 한국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했다. 당시 OB베어즈의 박철순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연봉(2400만 원)을 받았다.

장씨는 한 시즌에 팀당 100경기(현재는 126경기)를 치러던 입단 첫해 60게임에 등판(선발은 44차례)해 30승 16패 6세이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중 36경기는 완투였고, 모두 42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한 시즌 30승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84년 최동원(당시 롯데) 선수의 27승이 역대 2위 기록이다. 장씨는 가끔 타자의 머리를 향해 '빈 볼'을 던지고도 벙글벙글 웃어 '너구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장씨는 보너스를 둘러싸고 구단과 불화를 빚은 뒤 85년에는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인 25패를 당했으며, 86년 빙그레(현 한화)로 옮겨서도 1승 18패에 그쳤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생활 4년간 통산 55승 79패 18세이브를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87년 삼성의 투수인스트럭터, 90년 롯데 투수코치를 지냈으나 91년 마약사범으로 구속돼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영구제명됐다.

손장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