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정당” … 삼성 손 들어준 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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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일단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김용대)는 1일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제일모직 주당 삼성물산 0.35주)에 대해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지난달 9일 합병계약서 의결 주주총회(7월 17일)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엘리엇은 “자산가치 등을 토대로 한 공정가치(적정주가)는 삼성물산은 10만597~11만4134원, 제일모직은 6만3353~6만9942원”이라며 “합병가액 기산일(5월 25일) 무렵 삼성물산의 주가(5만5767원)는 이에 비해 너무 낮았고 제일모직(15만9294원)은 너무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합병가액에 근거한 것이고, 산정 기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부정 행위로 형성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공개시장의 주가와 무관하게 일정한 가정 아래 계산한 특정 값을 함부로 회사의 적정주가 또는 공정가치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특정한 의도로 일부러 이 시점을 선택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제시했다. 엘리엇이 “최치훈 대표 등 삼성물산 등기이사 7인의 위법 행위를 막아달라”며 낸 신청에 대해선 “엘리엇이 청구권을 갖기 위한 주식 보유기간(6개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신청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제일모직 대주주인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병 공시 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당히 오르는 등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손해만 보고 제일모직은 이익을 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및 상사 분야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레저·패션 분야의 잠재력을 지닌 회사와 합병을 추진했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엇은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명분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아직 남아 있으나 재계에선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을 법원이 판례에 따라 인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있는 이 신청은 17일 주주총회 전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삼성물산은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며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안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합병 관련 자료와 회사 입장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엘리엇이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합병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한 맞대응이다.

 엘리엇은 법원 결정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앞으로도 합병안이 성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모든 삼성물산 주주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고 했다.

전영선·손해용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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