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 … 국제학회서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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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형외과 학술대회(AAOS)에서 김용상 진료 부장이 발목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성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강남연세사랑병원]

신체는 회복 능력이 있다. 새살이 돋고 부러진 뼈가 스스로 붙는다. 그러나 연골은 다르다. 재생되지 않는 소모성 조직이다. 혈액에는 재생 물질이 녹아 있는데 연골에는 혈관이 없다. 이런 연골 부위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줄기세포다. 올해 초 열린 ‘미국정형외과 학술대회(AAOS)’와 ‘2015 국제 연골재생 학술대회(ICRS)’에서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재생의학’이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무릎·발목 관절염의 줄기세포 치료를 발표한 병원이 있다. 줄기세포를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 접목해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강남연세사랑병원이다. 국제학회에 잇따라 초청받아 줄기세포 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정형외과 학술대회서 논문 2편 발표

AAOS는 세계 정형외과 의학 전문가들이 최신 연구와 임상 성과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강남연세사랑병원은 무릎·발목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임상 연구 두 편을 발표했다. 학회에서 국내 의료기관이 발표한 무릎·발목 연구 논문은 총 5편이었는데 이 중 2편을 강남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발표했다. 병원은 먼저 퇴행성 발목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주제는 ‘미세천공술과 함께 지방줄기세포를 시행한 경우 미세천공술 단독 시술과의 결과 비교’다.

미세천공술은 연골 아래 뼈에 3~4㎜ 구멍을 뚫고 혈액이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연골 재생을 돕는 치료다. 골수에서 관절로 유입된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된다. 고용곤 원장은 “미세천공술만으로는 줄기세포 수가 적기 때문에 외부에서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분화하는 연골세포의 양이 늘어난다”며 “미세천공술과 줄기세포 이식을 병행하면 치료 성적이 더 좋은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발목관절염 환자 26명에게는 미세천공술만 시행하고, 24명에게는 미세천공술에 줄기세포를 함께 주입했다. 그 결과, 미세천공술과 함께 줄기세포를 주입한 환자의 발목 통증지수(vas score)는 평균 7.1에서 3.2로 감소해 대조군(3.9)보다 통증지수가 낮았다. 미국족부관절학회 기능지수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관찰 점수에서도 미세천공술과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 한 환자군이 대조군보다 평균 점수가 각각 6%, 20% 높았다. 고 원장은 “연령이 높고 병변의 크기가 크거나 연골에 혹이 있는 경우에는 연골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데 줄기세포와 미세천공술을 함께 시행했더니 치료 결과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병원은 올해 퇴행성 무릎관절염 환자에게도 같은 임상을 진행했다. 18~50세의 중증 무릎연골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성적을 비교했다. 고 원장은 “치료가 끝나고 24개월 후 MRI로 연골 조직이 얼마나 재생됐는지를 비교했는데 이 역시 발목 관절염처럼 미세천공술과 줄기세포 주입을 함께 시행한 환자에게서 치료 결과가 의미 있게 좋았다”고 말했다.

고령자도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시술

연세사랑병원이 발표한 줄기세포 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환자 자신의 지방줄기세포를 사용해 재생치료를 한 점이다. 고 원장은 “지방줄기세포는 시술 시 안전성이 높다”며 “골수 줄기세포와 다르게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많은 양의 세포를 얻을 수 있어 감염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고령자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자신의 신체 조직을 활용하므로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다”며 “지방줄기세포는 항염 작용에도 효과가 있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역시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지방줄기세포를 활용한 관절 시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수면 마취 후 주사기로 골수·둔부의 지방을 채취한다. 채취한 지방을 농축·분리해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관절내시경으로 연골이 손상된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한다. 고 원장은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환자 자신의 연골과 함께 재생되므로 자연 연골에 가까워 내구성이 좋다”며 “손상이 광범위한 경우에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자가지방을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총 9편의 연구를 발표했다.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연구 결과다. 이 중 환자의 엉덩이·복부 지방에 있는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염 치료는 세계 최초 임상 논문으로 주목받았다.

병원은 2008년 문을 연 세포치료연구소를 기반으로 관절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임상과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풍부한 임상과 연구 인프라로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국제연골재생학회와 미국정형외과학회, 미국재생학회 등 굵직한 학회로부터 연자로 초청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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