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측에서 땅 사달라고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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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땅 거래의 1차 원매자가 부산의 섬유업체인 창신섬유 강금원(姜錦遠.51.사진)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姜회장은 이날 기자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8월 이기명씨와 맺은 38억5천만원짜리 매매계약서와 19억원어치 계약금.중도금 송금증서를 공개했다. 청와대도 이를 확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의 땅 문제와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에서 매매계약을 중도에 파기한 1차 원매자의 신원에 대해 "내가 백방으로 물색해 李씨와의 호의적 거래를 주선했으며 (그 사람이)죄지은 일이 아닌데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한나라당은 "盧대통령의 ㈜장수천 빚을 연대보증인인 李전후원회장이 갚아주고, 이에 따라 李전회장이 진 빚을 강금원씨가 갚아준 격이 됐다"며 "17억원에 이르는 이 돈이 결국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李씨는 1차 원매자와의 계약이 파기된 뒤 지난 2월 28일 소명산업개발과 2차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땅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姜회장은 기자에게 "盧대통령 측에서 사달라는 요청이 있어 도와주기 위해 땅을 샀다"고 李씨와의 땅 계약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盧대통령 당선 뒤 그의 부탁으로 구입한 땅을 갖고 있으면 특혜시비에 휘말릴 것 같아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姜씨의 매매계약 파기엔 이기명씨가 자기와의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2차 매매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쾌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는 실제 2월 28일 소명산업개발 측과 새로운 매매계약을 했으며, 계약을 파기한 姜씨에게 17억원을 되돌려 주기로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돌려주지 않은 상태다.

그는 또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에 대해 "文수석이 제대로 처리했으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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