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씨 땅 새 의혹 또 불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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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기명 땅 스캔들'은 수많은 의문을 토해내고 있다. 3일에는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을 놓고 '이중 매매' 가능성이 제기됐다. 1차 매매 계약을 깨기 몇달 전부터 이 땅에 대한 2차 계약이 추진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까닭이다.

게다가 2만여평의 이 땅 가운데 남쪽 3천여평은 아파트 택지로 수용될 예정인 것으로 밝혀져 별도의 거래조건이 존재했는지도 주목된다.

우선 이중 매매 의혹은 2일 용인을 둘러본 한나라당 측 현장조사단이 주장했다. 조사단이 만난 농협 수지지점장 金모씨는 그간 알려진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수지지점은 2차 계약자인 소명산업에 李씨의 땅 구입자금 17억여원을 꿔준 곳이다.

金지점장은 "지난 1월 말 소명산업 박상훈 전무와 대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명산업 윤동혁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11월께 (1차 계약이) 해지될 것 같다는 李씨의 말을 듣고 나름대로 준비해 왔다"고 답변했다.

이런 주장들을 그간의 청와대 발표와 대조해 보면 이상한 점이 나타난다고 한나라당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의 청와대 발표는 1차 계약자가 2월 4일 잔금 13억5천만원 중 4억원을 치른 것으로 돼 있다. 이후 계획 차질 등을 이유로 계약이 깨졌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렇다면 李씨는 소명산업 측과 2차 계약을 추진하면서도 1차 계약의 잔금 4억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렇다면 이중 매매가 아니냐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이다.

한나라당 측은 이와 함께 "자본금 1억원의 소명산업이 1천억원 이상이 드는 노인복지시설 사업비를 쉽게 동원하지 못할 게 뻔한데도 대출이 나간 점도 수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尹회장은 "시행사는 시공사와 달리 돈 없이도 할 수 있으며 시행사는 계약금만 치를 수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별도로 문제의 땅 일부가 아파트 단지로 수용될 예정이었다는 점도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李씨가 소명산업개발에 40억원에 판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산 27의 2 임야 2만여평은 이중 4천2백평이 1999년 12월 이미 구성지구 택지개발사업 예정지 37만8천여평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주공은 李씨의 임야가 있는 청덕리 일대에 2006년까지 5천8백가구 규모의 '구성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따라서 거래 당사자들이 일부가 수용될 줄 알면서도 계약했는지, 그랬다면 이유가 뭔지가 새로운 의문점이다.

더욱이 아파트 단지로 편입될 땅 중 일부가 뒤늦게 수용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밝혀져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주공은 청덕리 일대 수용 계획을 발표한 후 2년 뒤인 2001년 11월 李씨의 땅 1천2백여평을 수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구 과밀화를 막기 위한 용인시 도시기본계획이 세워지면서 아파트 단지 규모를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지 주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수용 대상에서 빼기 위해 많은 땅 주인들이 투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택지개발 수용지로 지정될 경우 주공이 정하는 보상금만 받는 반면, 인접지는 땅값이 크게 올라 막대한 이득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주공은 "아파트 예정 단지 옆으로 지나가는 철선과 평행하도록 선을 그어 그 바깥 땅들을 일률적으로 수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외압 등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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