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돈 「고수익」찾아 대이동|연말자금 성수기에 완매거래 규제로 금융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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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완매거래규제의 충격파가 일기 시작했다.
계속된 긴축의 끝머리에서 경기후퇴조짐과 함께 더구나 연말 자금성수기와 겹쳐 일기시작한 금융충격이라 조짐이 아주 안 좋다.
완매에서 등을 돌린 거액자금이 벌써 사채시장등 「고수익」을 찾아 이동을 시작했는가하면 단자·증권사등 완매중개의 주역이었던 금융기관들은 그간 계속 굴려오던 완매자금의 결제·정리에 미리 대비하느라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완매자금으로 하루 하루를 버터오던 이른바 「한계기업」들은 말할것도 없다.
단자·증권사등 급전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판매의 결제기일이 대부분 전주측의 고금리흥정에 유리한 월말에 집중돼있는 까닭에 다음주초(19일) 부터는 본격적인 1차 충격파가 밀려올것으로 보고있다.
13일 사채시장에선 최고 월2.5%짜리 사채성융통어음이 동이났다고 사채시장 주변의 제2금융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편에선 내년 3월말 정리시한까지의 「끝재미」를 노린 신규완매자금이 증권·단자사등으로 몰려들어 지난주말에는 완매금리가 도리어 하루만에 0·5∼1%포인트 내려가는 기현상을 보였다.
단자사들은 다음주초부터 완매자금결제가 집중되는 위험을 분산시키기위해 이번주부터 미리 결제해도될 완매자금은 자사의 신규여신으로 바꿔주면서까지 결제를 서두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증권사대로 년초 완매거래에 주력하라던 경영방침을 바꿔 환매채로의 자금 유입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각지점장들을 독려하고있다.
이같은 와중에서 13일 증시는 판매거래규제에 따른 증권사의 자금난 예상에다 거액금융사고설까지 겹쳐 2백개 종목의 시세가 떨어지고 종합주가지수가 1·25포인트 하락했다.
연말 배당을 앞둔때 이정도의 하락세는 「폭락」에 가깝다고 증권사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명성·영동에 버금가는 대형금융사고가 났다는 루머가 13일 금융계를 휩쓸었다.
금융사고 소문의 대상이된 기업·관련은행과 금융당국은 판매규제에 반발한 증권사·전주들의 흑색선전이라고 펄펄뛰고 있지만 문제는 소문의 진위라기보다 판매규제가 얼마든지 그같은 금융사고를 몰고올 위험이 있다는데 있다.
1조3천억원의 판매자금이 앞으로 내년 3월말까지의 약1백30일동안에 완전히 정리되려면 하루평균 1백억원씩의 급전들이 다른 자금으로 대체되어야하는데 현재의 제도금융시장에선 이같은 효과를 전혀 기대할수 없기때문이다.
설령 그만한 돈을 금융기관을 통해 새로푼다 하더라도 판매자금을 쓰는 기업들은」대부분 한계상황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기업들이므로 신규자금공급이 그들 기업에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없다.
당국이 완매거래익 물리적규제라는 초강경 조처를 내놓은것은 12.7%짜리 환매채가 CP·무보증 사채등으로 판매자금을 흡수하고 채권시장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결국 실세금리의 하락으로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나 그런 해피 엔딩은 지금의 추세로 보아선 기대하기 어렵게돼 있다. 일단 질서가 잡힌 완매자금의 규제로 시장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1조3천억원의 급전을 쓰고있는 기업들이 발등의 불을 끄느라고 허둥대고있다.
완매자금을 쓰고있는 대부분의 한계기업들이 CP(신종기업어음) 발행등으로 연명할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할수 없고 결국 사채에 기댈수 밖에 없으니 수요와 공급이 있는 바에야 다시 완매보다 금리가 더 높은 사채가 생겨날수 밖에 없다.
벌써 사채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고 신규 회사채발행은 생각도 할수없는 상황에서 최근 며칠사이 국·공채 수익률은 아예시세조차 형성되지 않은채 눈치를 보고있다. 더구나 증권사들이 다가올 완매자금 결제에 대비해 자체보유 채권의 대량 덤핑을 피할수 없는데다 벌써부터 CP를 이용한 변칙완매등을 구상하는등의 응직임은 당국의 순진한 낙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번 완매자금 규제의 방향자체를 나무랄수없으나 금융밑바닥의 흐름을 너무 모르는 교과서적 처방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우리금융시장은 교과서대로만 안움직이게 되어있어 잘못하면 긁어부스럼이 될 위험이 많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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