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새싹 "거목"으로 움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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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1회 서울국제배구대회는 한국남녀대표팀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해준 성공작이었다.
LA올림픽이후 주니어대표 출신으로 대폭 교체된 한국남자팀과 일부 개편된 여자팀은 이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쳐 신장과 기량에서 세계최강과의 격차를 다시 드러냈다.
그러나 거포 강만수 강두태가 빠진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신예 노진수(19·1m88㎝) 이재필(20·1m90㎝) 및 최천식(19·1m93㎝) 등 새 얼굴의 등장으로 희망을 갖게 되었고 특히 이들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파이팅은 전력 공백을 우려했던 당초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대회에서 보인 전력을 분석해본 결과 한국은 전 경기를 통해 모두 4백81개의 공격을 시도, 2백79개를 성공시켜 58%의 공격성공률을 마크, 미국과 동률을 이룬 반면 일본 (61%) 에 뒤졌고 블로킹에서는 37개로 미국 (46개) 에 뒤졌으나 일본(28개)에는 9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에서도 한국은 12개의 득점을 거둬 미국 (15개) 에 이어 2위권을 마크했다. 일본은 5개로 극히 부진.
그러나 리시브성공률은 37%로 미국의 69%에 크게 뒤져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공격면에서는 미국 일본과 대등한 수준을 보인 반면에 서브 및 수비 (블로킹포함) 에서는 열세가 두드러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수비전형에서 미국이 2명의 수비선수에게 리시브를 전담시키고 세터를 제외한 나머지선수들을 풀가동, 속공 및 블로킹에 가담케 한 것은 파워가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고려해볼 수 있는 작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배호감독은 『한국이 대미국전에서 고전한 까닭은 레프트주공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라고 풀이하고 『이 때문에 위축된 공격력은 불로킹과 끈질긴 수비로 극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 수비훈련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한국여자대표팀은 지난달 역시 신진으로 세대교체한 일본을 맞아 3-2로 패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여자대표팀은 대일본전에서 주공 이은경이 어깨부상으로 부진하고 이명희마저 무릎부상으로 결장, 팀플레이가 되살아나지 않은데다 대일본 콤플렉스를 씻을만한 투지 또한 엿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 6월 대표팀에 기용된 김옥순만이 오른쪽주공으로 돋보이게 활약,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번 대회결과를 토대로 한 전력으로 볼때 한국남자는 현재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필요한 신진들을 계속 보강해나가면 무난히 86아시안게임까지 끌고갈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여자팀은 2, 3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표팀을 2원화, 86년 및 88년에 대비한 상비군 육성이 선결 과제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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