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지갑 열기 시작…내수회복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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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확 살아났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5월 들어 중산층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 26일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4층. 아내와 함께 남성복 브랜드 매장을 찾은 김재영(60)씨는 “재킷 구입을 미루고 미루다 지금에서야 샀다”고 말했다. 매장 매니저는 “5월에만 100만원 넘는 제품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며 “재킷이나 티셔츠 등은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28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5월 들어 중산층에 해당하는 매출 상위 20% 고객의 백화점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었다. 상위 20%는 백화점 카드로 1년에 500만원 이상을 쓰는 고객이다. 현대백화점 권태진 마케팅 팀장은 “상위1% VIP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산층이 많은 상위 20% 매출 증가는 의미가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실시간 확인하며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했다. 부유층에서 중산층, 서민층으로 소비 회복흐름이 이어지는‘폭포수 효과’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수회복의 잣대로 여겨지는 고급시계나 패션 상품군 매출도 꿈틀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5월 해외패션 상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 늘었고 골프(21.6%)와 아웃도어(18.1%) 잡화(10.3%)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수입시계가 27.8%, 수입의류는 21.7%, 100만원 이상 고급 여성복 매출도 13.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주얼리·시계 매출은 31.7% 증가해 내부에서도 ‘기대 이상’이란 반응이다.

중산층 소비가 살아나면서 ‘제로(0%) 성장’에 그쳤던 5월 백화점 전체 매출도 롯데(6.3%) 현대(6.1%) 신세계(3.2%) 등으로 호실적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실수요 중심에서 주식시장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라 소비 유발 효과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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