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군 축소와 모병제가 양심적병역거부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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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 주변의 다른 보수인들은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반대한다. 그 주된 이유는 이런 것들이다. 첫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주면 군에 갈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하고 두 번째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성을 가진다면 군에 가는 이들은 ‘비양심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주류 보수인들과 생각을 달리한다. 지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에 가지 않으면 대신 감옥을 가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주면 이들이 감옥에 가는 대신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처벌을 받더라도 신체상의 구속을 받지 않는 처벌을 가한 뒤 사회봉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이들에게 전과기록이 남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논리에 대한 답변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론자들은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주면 군에 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징병제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군을 회피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주변의 시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역기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주로 없는 신체 상 이상을 만들어 내서 ‘어쩔 수 없이 군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곧 무엇을 말하나. 징병제 문화가 뿌리박혀 있는 한국에서 군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밝히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다만 그래도 적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할 정도라면 그에 따르는 상당한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 너도 나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자처하고 나설 우려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사회봉사 의무기간을 줘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들이 매우 많다. 그들을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노동이 쓰여진다면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게 가꾸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을 감옥에 넣는 것보다는 이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군 입대자는 비 양심? 지금 싸움하자는 거예요?

일부 보수인들은 그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주면 군 입대자는 비양심인것인가 하는 식으로 맞받아친다. 이런 식으로 가면 거의 ‘싸움하자’는 거다.

우리 헌법에서 개개인의 이념의 자유를 인정해 준다. 이는 곧 서로 이념이 달라도 사회 전체의 평화와 질서를 깨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관용정신을 갖고 인정해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과 군에 입대하는 일반 청년의 ‘양심’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이념을 관용하는 것이 민주사회라면 서로 다른 양심도 공동체의 존재에 위협을 주거나 큰 손실을 주지 않는다면 관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군에 가지 않는 대신 나름대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되고, 아무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주장할 수 없게끔 분명한 조건을 설정하면 될 일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군 입대자는 그럼 비 양심이냐?’ 하는 식으로 맞받아치는 이들은 자신의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싸움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군의 바람직한 개혁방안

정리하면 한국군의 바람직한 개혁방안은 모병제이다. 그리고 병력축소이다. 많은 이들은 북한이 100만 이상의 대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현재의 대군 보유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북한은 사실상 병영집단이므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정규군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에서 대군은 곧 약군일 수 있다. 대군을 보유하기 위해 투입되는 유지운영비 때문에 군의 첨단화에 신경쓰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한 규모의 인구 수를 가진 선진국의 군대 수는 모두 우리보다 크게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국가의 군대를 우리보다 약군이라고 보지 않는다.

국방에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도 한국군의 35만으로의 축소를 찬성하고 나섰다. 물론 송 의원이 모병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의 덩치를 줄이는 것만 이루어도 우리 국방력은 오히려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본다. 군의 군살을 줄이고 군 경영의 과학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군에 투입되고 있는 그 수많은 인적자원들이 학교와 직장으로 돌아가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 것인가. 그 인적자원들이 돌아가봐야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인들은 대군 유지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개혁에 대한 거부감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이다.

오늘날 최고의 자산은 무엇인가? 인간이다. 인간이 경제발전을 만들고 국가번영을 이끈다. 그런데 우리는 수많은 젊은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징병제 하에서 우리 수많은 젊은이들은 오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 군에서 쌓는 사회경험이 중요하다면 사회에서의 경험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선진국 젊은이들은 군에 다녀오지 않아도 우리보다 더 멋진 사회를 가꾸고 잘 살고 있다.

한국군 개혁의 첫 번째 요소는 대폭적인 군의 덩치 줄이기다. 그리고 두 번 째는 모병제의 도입이다. 모병제가 도입되면 지금의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과 같은 문제도 생기지 않으며 병역비리 존재에 대한 의심도 크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국가적 배려가 있게 된다.

군에 입대했다가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하고 전역한 뒤 쓸쓸한 죽음을 맞은 젊은이들이 그동안 많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군 복무 중 피해를 본 수많은 젊은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군은 변해야 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관용이 충분한 사회로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한다. [디지털국회 곽호성]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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