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책을 안 읽는 국민에겐 미래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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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서적.인쇄물 구입에 지출한 돈이 월평균 1만405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마저 신문구독료와 자녀들의 동화책.교양서적 구입비를 합친 것이다. 신문구독료가 월 1만2000원이니 책을 사는 데 사실상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신구 구입이나 이.미용비로 6만원, 외식비로 24만원을 썼다고 한다. 아무리 먹고 마시고 꾸미는 시대라지만 이는 정말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엔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대전화만 갖고 논다. 신문도 잘 안 본다. 2000년 70%에 달하던 신문구독률이 지금은 40%로 뚝 떨어졌다. 성인들의 여가생활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TV시청률(19.8%)보다 크게 낮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독서량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월평균 3권 이상 읽는 인구 비율은 우리가 14.5%인 데 비해 일본은 17.7%에 달한다. 특히 잡지의 경우 유럽 15개국 평균치인 81.6%보다 훨씬 낮은 47.6%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독서율은 곧바로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팔리는 것도 처세서나 돈 버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이러니 문인이나 예술가.학자 같은 순수문화 생산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이는 다시 문화예술계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이래서는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 문화전쟁의 무기는 바로 정보와 지식이다. 책이야말로 검증된 지식과 정보의 원천이다. 그러기에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겐 미래도 없다고 했다.

정부도 독서 진흥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고 양서 출판도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독서환경을 개선하고 독서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책을 읽는 기풍이 번져야 한다. 신문이든 책이든 읽는 사람(Reader)이 지도자(Leader)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