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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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강인수 교수(왼쪽)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수정란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염색체 이상 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 한다.

집안 대대로 유전병을 앓았거나 내 몸속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다면 ‘착상 전 유전 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이하 PGD)’을 거치면 가능하다. 이 진단법은 건강한 수정란을 골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이 진단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강인수(산부인과) 교수가 이달 초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그에게서 유전병 걱정 없는 건강한 아기 출산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유전자·염색체 이상 난임, 잦은 유산 원인 수정란 자궁 착상 전 유전병 여부 확인 가능"

한때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장애인 윤모씨는 ‘골형성 부전증’이라는 유전질환을 앓았다. 뼈를 만드는 콜라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뼈가 쉽게 부러지는 질환이다.
 윤씨의 집안 내력에는 이 질환을 앓은 사람이 없다. 그가 최초다. 그는 2007년 임신을 준비하며 아기에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줄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2008년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바로 PGD 검사를 통해서였다.

정자·난자 체외 수정으로 건강한 수정란 찾아
강 교수는 “임신이 되지 않거나 유산이 반복돼 병원을 찾은 부부 중 혈액검사를 받고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령 어머니가 염색체 이상으로 유산한 경험이 많았다면 자녀가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도 자녀 2명 중 한 명은 염색체 이상이 나타날 확률이 50%나 된다.
 해당 염색체를 갖고는 있지만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보인자’일 수 있다. 윤씨처럼 부모가 정상이고 집안 대대로 유전자 또는 염색체 이상이 없어도 그 집안에서 최초로 자녀에게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유전병이 대물림되고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임신하더라도 유산될 위험이 크다.
 태아에게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존의 산전진단법은 임신 9~12주에 시행하는 융모막(양수를 싸고 있는 막) 검사와 임신 18~20주에 하는 양수검사가 대표적이다.
 이미 착상된 태아에게 이상 징후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는 대부분 유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유산을 반복하면산모에게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런데 PGD는 수정란이 착상되기 전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진단법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 수정시켜 건강한 수정란만 골라 엄마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 때문에 유산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확률을 높인다. 주로 임신이 잘되지 않거나 유산 병력이 많은 부부에게 시행한다.

검사 과정은 난임 부부 시험관 시술과 비슷
PGD 검사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혈액검사에서 부부에게 유전자 또는 염색체 이상 소견이 발견될 때 PGD 검사를 받을 수 있다. PGD 검사는 난임 부부의 시험관 시술과 같은 과정을 밟는다.
 우선 예비 엄마에게서 난소를 채취하고, 난소에 차 있는 물(난포액)을 뽑아내 난자를 채취한다. 보통 10~15개가량 난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난자와 정자들을 체외 수정 방식으로 결합시킨다. 하루 뒤 수정된 배아(수정란)를 추려낸다. 수정란을 배양한 지 3일째가 되면 수정란이 8개로 분화된다.
 이렇게 체외 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이 8개로 분화되는 8세포기 때 PGD 검사를 한다. 8개로 나뉜 세포(할구세포) 중 1~2개를 떼어내 유전자·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강 교수는 “인공위성(현미경)에서 건물(염색체)까지는 찍을 수 있어도 건물 속 사무실의 책꽂이에 꽂힌 책의 글자(유전자)까지 찍기는 힘든 것처럼 PGD 진단법은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땐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받으세요
□ 염색체 이상 질환

유산을 반복할 때, 또는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염색체 검사를 해보니 부부 중 한 명에게서 염색체의 수적·구조적 이상이 발견될 때.
□ 단일 유전자 질환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질환이 발생했을 때(가족력이 있거나 가계 내 돌연변이 환자가 있을 때). 상염색체 질환, X염색체 연관 질환 포함.

<글=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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