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농림식품부' 만들어 농업 경쟁력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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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협상안 비준을 계기로 정부와 여야가 농민들이 납득할만한 농업농민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하였다. 지금 얼마나 논의되는지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알 수는 없지만 언론에 가끔 드러나는 소식으로 판단하건데, 과거 119조원 투융자계획을 세울 때와 같은 안일한 태도로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된다.

현재 추진하는 방식은 농림부와 기타 농업관련단체와 전문가, 농민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방식으로서, 이런 방식으로는 농업을 고소득 시대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특히 농민들이 주장하는 소득보장으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더욱 경쟁력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더구나 대선이 다가왔다는 것이 걱정을 더한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후보가 농기계반값공급이라는 반시장적인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단기적으로 선거에 승리하여 대통령이 되었으나 우리 농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로 부터 비난받고 있다. 선심성 대책은 여야 모두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대책의 목표는 고소득시대에도 살아갈 농업이라는 자생력있는 산업구조를 창출해내는 일이어야한다. 당장의 농민들의 고통에 시선을 빼앗기면 안된다. 본인이 제시하는 것은 농림부 차원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농업이 자생력있게 발전하는데 필요한 조치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농업내부의 구조조정도 있겠지만, 농업관련 경제부문의 재조정을 통해 농업외적인 산업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것이 바로 식품업무 조직을 농림부를 중심으로 통합하여 농림식품부를 만드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안을 국가적차원에서 사고하여 농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늘 구조조정문제가 부딪치면 조직간에 경쟁이 벌어지지만 국가의 장래를 논의하는 경우에서만큼은 대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식품관련업무가 농립부로 통합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농업 경쟁력 확보방안으로 식품산업을 농업부문에 통합해야 한다. 우리 농업은 쌀을 포함하여 전 품목이 시장개방되는 처지에 있다. 농업위기에 대비하여 선진국이나 우리나라가 공통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로 농업생산-가공-유통을 계열화하여 농업생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닌 것이다. 모든 선진국이 농민이 농산물을 생산, 가공, 유통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농업을 1(생산)x2(가공)x3(유통) = 6, 6차 산업이라고도 부른다. 쌀값이 충격적으로 떨어진 이 때에 소득보장을 하는 것도 해결책이겠으나 이런 대책은 타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강화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쌀재배 농민은 쌀떡을 만들어 팔 수 있어야하고, 포도재배 농민은 포도주를 생산하여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농민이 포도주를 만들던 대기업이 만들던 보건복지부는 같은 기준으로 허가를 줄것이며, 농민입장에서 엄격한 기준시설을 갖추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림부가 식품 제조 지원기술지원과 품질관리, 수출입품 검역 기능을 포함하게 되면, 농민의 경영개선은 물론 우리 농산가공품의 품질 향상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식품문제는국내만이 아니라 농업통상문제로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식품의 대부분이 수입되는 실정이다. 외국 농산물과 가공품의 검역을 위해서는 농산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단순히 보건이나 의료분야의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최근 김치파동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식품의 검역문제는 농산물의 수출입의 비관세장벽으로 농업협상의 중요 안건 중 하나이다. 식품의 안전기준과 같이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고 검역을 하거나 농산물/가공품의 수입허가를 하는 등의 업무를 농림부로 통합해야한다. 농업협상에서는 수출입물량만이 아니라, 검역문제까지도 논의해야하기 때문이다.

셋째, 보건복지부는 업무가 과중하다. 복지정책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복지부의 업무가 많다. 저소득층, 장애우, 사회적 약자 지원외에 각종 연금과 보험 등 복지부문은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할일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여기에 의료와 공중보건업무까지 있으니 보건복지부의 업무는 식품업무를 이관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식품이 건강에 밀접한 문제이지만 농업부문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므로 농림식품부에 통합해도 문제는 없다.

정부 조직 개편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이 지금 농업위기로 위기에 있음을 대통령과 총리는 인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힘없는 농림부장관에게 농업내적인 구조조정이나 지원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여 농업이 6차산업으로 구조조정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농산물 생산과 가공, 식품생산, 유통을 총괄적으로 농림부가 관리하는 것은 파급효과가 매우 큰 농업외적인 구조조정의 성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것은 국제적으로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것으로 오히려 우리의 대응이 늦음을 알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농업외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하기를 바란다.

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은 부처간 이기주의를 떠나 식품관련업무를 농업과 연계시키는데 협조하기 바란다.

국회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문제를 떠나 경제적 쟁점을 만들지지 말고 법률제도적 보완을 지원해야한다.

참고로 현재와 같이 정치가 얼어붙은 가운데 제발 농업의 구조조정문제만큼은 국가와 농촌을 생각하여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디지털국회 이중용]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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