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부품사 해외동행 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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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손동철(59.사진) 화승R&A 사장은 23일 서울 원효로 자동차부품협동조합에서 열린 '부품산업인의 밤' 행사에서 '정몽구 회장상'을 받았다. 해외 동반진출에 따른 공로다.

현대자동차가 해외 공장을 지을때마다 따라 나갔다. 국내 부품회사 중에 해외 생산공장이 가장 많다. 그러나 화승은 해외공장을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손 사장은 "해외로 나가면 예상하지 못한 감내할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5월에 미국 앨라배마에 세운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들은 덩치는 크고 힘은 좋지만 손 기술이 부족했다. 가동 초기에는 불량률이 높았다. 고무호스의 가위질이 능숙하지 않은 결과다.

화승R&A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고무부품을 제조한다. 윈도 고무와 브레이킹.파워스팅어링 호스가 주요 생산품이다. 경남 양산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

손 사장은 "고무 부품은 끝마무리 단계에서 모두 가위로 다듬어 줘야하는데 가위로 호스에 구멍을 내기도 해 버리는 제품이 절반이 넘었다"고 말했다. 현지 근로자들에게 가위질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의 '아줌마 근로자 10여 명'을 현지에 파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사장은 "아직까지 앨라배마는 산업사회보다는 농경 사회 분위기가 강해 근로자 의식을 심어주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땅을 사고 공장을 짓기 위해 '술자리 승부'를 했던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중국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관시(關係)'를 잘해야한다. 그래서 저녁자리가 중요하고 술자리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고량주를 맥주잔에 가득 부어 수 십잔 대작을 했다. 그 다음부터는 형님, 동생으로 부르면서 비즈니스를 풀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손 사장은 내년부터는 '글로벌 분업'을 구상하고 있다. 고난도 부품은 한국에서 만들고 잔손이 많이 가는 임가공은 기술 수준이 좋아진 중국에서 가공해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화승R&A는 동반 진출을 바탕으로 2007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 사장은 부산대 상대 출신으로 조일제지 사장을 거쳐 2001년 화승R&A에 부사장으로 왔고 200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 현대자동차와 화승R&A의 동반관계=화승R&A는 1980년대 초부터 현대차에 납품을 시작하며 함께 자동차 부 품 국산화에 손을 잡았다. 올해 자동차 부품 매출만 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고 이중 70%이상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해 벌어들인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매출이 세 배 넘게 신장했다. 98년 현대차가 인도 공장을 세울때 부터 보조를 같이 했다. 중국 베이징.상하이에 공장을 지었고 올해에는 500억원을 투자해 앨라배마에도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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