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발탁 인사 많아” 현대차 “군대문화 심하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최고의 회사, 최고의 시스템과 연봉. 성과제일주의로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 차이가 심하다.”(삼성전자)

 “높은 연봉은 매력적. 직무별로 업무 강도 편차가 크다. 알려진 것만큼 군대 문화가 심하진 않다.”(현대자동차)

 기업평가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해당 회사 직원들의 대표적인 내부 평가 글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4월 말 기준) 가운데 SK텔레콤과 현대차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항목에서, 한국전력은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에서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잡플래닛’의 이용자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장단점을 평가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임금과 복지 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복지 및 급여’ ▶인사 및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등을 나타내는 ‘사내문화’ ▶회사 최고위 경영진의 비전·전략 등을 평가하는 ‘경영진’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재무 상태, 근무 조건, 급여, 복지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게 내부 임직원이 꼽은 ‘베스트 리뷰’다. “본인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실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지만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는 단점으로 지목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의 직무 역량 향상과 빠른 승진 가능성을 보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항목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가 1~3위를 차지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신상필벌이 확실하며 연구직의 경우 발탁 인사의 기회가 넓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경쟁이 너무 치열해 아무리 잘해도 한번 실수로 밀려날 수 있다”며 조직의 가혹함을 한탄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현대차는 특유의 조직문화에 대해 “군대 문화, 형동생 문화… 이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우호적인 평가와 “1980년대 사고방식의 임원과 애사심이 부족한 신입사원”이라는 따끔한 비판이 섞여 있었다.

 업무량, 야근 정도 등을 살피는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에서는 한국전력이 압도적인 1위였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임직원들은 정시 퇴근할 수 있고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짚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 “퇴근이 빠른 만큼 회식도 많다” “술잔 돌리기 문화로 술이 약하면 힘들 수 있다”는 아쉬움도 엿보였다.

 이들 10대 기업 임직원의 회사 만족도는 잡플래닛에 등록된 평가기업 1649곳(리뷰 20개 이상)의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굴지의 대기업에 몸담고 있다는 자부심과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소속감, 상대적으로 안정된 급여와 복지 등에 대해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업에 따라 특정 항목에서는 큰 편차를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예컨대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에, SK텔레콤은 ‘승진 기회 및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줬다. 반면 9위를 차지한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항목에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후했다. 8위인 포스코도 ‘사내문화’와 ‘승진 기회 및 가능성’에서는 평가가 괜찮았다.

 10대 기업 임직원의 만족도 성향은 전체 기업의 평균과는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10대 기업은 회사 만족도와 ‘사내문화’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가 높았다. 다른 항목보다 ‘사내문화’ 항목에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회사 생활 전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반면 평균적인 기업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평가와 만족도 간의 연관성이 높았다.

 윤신근 잡플래닛 공동대표는 “10대 기업은 전반적으로 급여·복지가 높고 업무강도가 세기 때문에 회사 만족도를 좌우하는 지표가 사내문화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과 직원이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이런 기회가 적기 때문에 경영진 항목의 영향이 낮다”고 풀이했다.

 특히 현대차·현대모비스는 사내문화와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다. 임직원의 단결을 강조하는 현대차 그룹 특유의 기업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시총 10대 기업 중 가장 낮은 사내문화 점수를 기록했는데 사내문화를 개선하면 직원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게 잡플래닛의 설명이다. 반면 벤처기업 문화가 남아 있는 네이버는 중간 관리자가 적은 조직 특성 탓에 전체 만족도에 경영진 항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잡플래닛은 풀이했다.

 1649개 기업 전체로는 회사 만족도 총점 상위 10위에 금융권·공기업이 대거 포진했다. 전체 1위를 차지한 서울보증보험의 한 직원은 “공기업의 안정성과 문화, 대기업의 고액 연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며 “이른바 ‘신의 직장’의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2위인 KB국민카드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보다 나을 수 있다”, 3위인 구글 코리아는 “한국에서 이렇게 수평적이고,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얘기 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이 사이트의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잡플래닛 측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리뷰는 걸러내고 있다고 하지만 익명으로 글이 올려지기 때문에 객관성 여부에는 검증이 필요하다. 외부에선 알기 어려운 기업의 숨겨진 모습을 엿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랫동안 축적돼온 기업의 조직문화를 100%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꼽는 좋은 직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취업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거에는 기업 규모나 연봉 수준이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을 가름하는 유일한 잣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직원 복지와 여가시간, 자기계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구세대의 ‘좋은 직장’과 신세대의 ‘좋은 직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이태훈 부장은 “모든 기업·직장에는 장단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라며 “취준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그것을 어디에서 가장 잘 이뤄낼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S BOX] 직장 정보 교환 ‘블라인드’ 앱 인기 … ‘땅콩회항’사건 처음 알려

직장인이 익명으로 자기 직장을 평가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블라인드’라는 앱에는 현대차·LG전자·네이버 등 150개 넘는 기업의 익명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가입하려면 회사 e메일 주소로 인증을 받는다. 진짜 그 회사 직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해당 회사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조직·인사 같은 심오한 이야기부터 근처 맛집, 사내방송 아나운서, 통근 버스 등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쏟아낸다. 블라인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최초로 알린 곳으로 유명해졌다.

  잡플래닛은 취업준비생과 이직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월 방문자가 300만 명을 넘는다. 매출액, 직원 수 등 외향만으로 알 수 없는 기업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선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 옆 대나무숲’이 있다. 예컨대 광고회사 직원들은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이라는 공간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업계 이슈들을 공유하는 ‘꿀위키’도 비슷한 곳이다. 이미 미국에는 ‘글라스도어’, 일본에는 ‘커리어커넥션’ 같은 유사한 형태의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서비스의 취지는 ‘발전적인 공유’다. 그간 쉬쉬하며 가려왔던 사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명의 탈을 쓰고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특정 인물을 악의적으로 공격할 우려도 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