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6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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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근데 우리 마누라가 누구랑 눈이 맞았다는 거야?"

무대가 안주 고기를 부욱 찢어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내가 알고는 있지만 그건 내 입으로 말하지 않겠어요. 아저씨가 직접 누군지 확인을 하세요.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때 가서 내가 말씀드릴게요. 우선 왕노파 찻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문제예요."

무대와 운가는 머리를 맞대고 왕노파 찻집으로 들어가는 작전을 짰다. 운가가 먼저 찻집으로 가서 왕노파에게 시비를 걸어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는 동안에 무대가 슬쩍 집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 작전은 내일 시행하기로 하였다.

그날 저녁 무대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태연한 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여느 때처럼 금련이 영아와 함께 달려나와 무대를 맞았다.

"어머, 호떡을 다 파셨네. 오늘 피곤하셨죠?"

금련이 무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주물러주며 아양을 떨었다. 무대는 금련이 요즈음 들어 부쩍 상냥해진 것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거기에 무슨 다른 속셈이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무대는 운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반신반의하는 상태에 있었다.

이렇게 착하고 상냥한 마누라가 바람을 피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아무 문제도 없는 집안에 운가가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도 몰랐다.

금련을 믿어보는 쪽으로 생각하면 금련의 행동들이 모두 다정하게 여겨지고, 금련을 의심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금련의 말과 동작 하나하나가 다 가식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여 무대는 정신이 혼란해지고 결국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아,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네. 아이구, 머리야."

무대가 손을 이마에 대며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찬 바람을 쐬셔서 그러나? 요즈음 꽃샘 바람이 매섭잖아요. 여기 자리에 누우세요."

금련이 염려스런 얼굴로 무대를 부축하여 침상에 뉘었다. 무대가 걱정스러워하는 금련의 얼굴을 보자 어느새 마음이 다시금 금련을 믿어보는 쪽으로 쏠리며 스르르 두통이 사라졌다.

"잠시 누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소. 저녁이나 차리도록 해요."

"그럴게요. 저녁을 드시면 기운이 나실 거예요."

금련이 급히 저녁 준비를 하러 달려나갔다. 그런 금련의 뒷모습을 보며 무대는 자기가 잠시라도 금련을 의심한 사실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자 금련에 대해 공연한 의심을 하도록 한 운가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운가 이놈은 내일 나한테 작살이 나고 말 거야'.

금련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무대는 반주도 한 잔 들이켜고 금련과 함께 침상에 누웠다. 무대는 금련을 안아보려 하면서 반응을 살피기로 하였다. 금련이 그의 포옹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며 품에 안겨오면 운가의 말이 거짓말이고, 금련이 조금이라도 귀찮아하는 듯한 기미를 보이면 운가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며 무대가 금련 쪽으로 팔을 뻗었다. 그런데 금련이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의 품에 안겨오는 것이 아닌가.

'운가 이놈 완전 거짓말을 하였구나. 내일 보자!'

용기를 얻은 무대가 금련을 더 자극적으로 애무해 나갔다. 금련도 신음을 흘리며 무대의 애무에 스스럼없이 반응해 왔다.

오늘따라 무대는 그동안 약해졌던 기력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무대의 물건이 쇠말뚝은 아니더라도 목총처럼 일어나 금련의 몸 속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무대가 방아질을 해나가자 금련도 뒤집힌 맷돌이 되어 둔부를 살살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무대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금련의 몸놀림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운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대의 머리에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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