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진심으로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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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23일 서울대 수의대 정문에서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서울대 측은 교칙에 따라 조사위의 조사활동이 끝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근 기자

황우석 교수는 23일 서울대 연구원들과 수의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수의대를 나서며 "서울대 교수직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만 분의 일이라도 사죄하는 심정으로 지금 이 순간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하지만 환자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국민 여러분께서 반드시 이를 확인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연구원 난자 제공 등에 대해, 16일 사진 조작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데 이어 세 번째다. 황 교수팀의 이병천.강성근 교수와 연구원 20여 명은 황 교수 뒤에 서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황 교수도 발언 도중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 교수는 대국민 사과와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오후 2시40분쯤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빠져나가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 서울대 "사퇴 받아들일 수 없다"=서울대 측은 황 교수가 현재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원면직의 제한' 규정을 적용받는 신분이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파면 등의 징계를 받아야 하므로 의원면직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황 교수는 또 최고과학자 등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지위에서 축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부 지원금도 당장 끊길 상황이다. 최고과학자로서 받았던 연간 30억원의 지원금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처지다.

또 조만간 검찰에 출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DNA 지문 검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노성일 이사장 "결과에 승복하는 게 당연"=황 교수의 논문 허위 사실을 폭로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이날 "누구든 결과에 승복하는 게 당연하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나라의 도덕이 바로 서길 바랄 뿐 황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을 아끼겠다"며 "조사위의 발표 내용을 신뢰하고 끝까지 조사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의 대변인이자 주치의였던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이날 서울 혜화동 자택과 서울대병원 연구소 등 어디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안 교수가 조사위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의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깊숙이 관여해 온 윤현수 한양대 교수는 "조사위 결과를 지켜봤는데 지금은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조사가 진행돼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입장을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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