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황 교수에 매우 비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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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황우석 교수가 모자를 쓰고 조사 받기 위해 서울대 수의대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23일 중간 발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정황을 종합하면 조사위원회가 이번 논란의 핵심인 줄기세포 진위까지 조사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특히 황우석 교수가 2005년 논문에서 주장한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22일 "조사위가 황 교수 논문 조작과 줄기세포 진위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황 교수는 줄기세포의 원천기술 보유 여부를 떠나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위적 실수'라고 말한 것은 논문 조작을 인정한 것"이라며 "논문 조작은 줄기세포가 없고 원천기술도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황 교수에게 매우 비관적인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맞춤형 줄기세포의 원천기술 존재 여부에 대한 정황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2004년 2월 논문과 2005년 논문이 거의 별개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 논문의 한 공저자는 "2004년 논문 내용인 사람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는 난자 주위의 난구세포를 자가 이식한 것이고, 2005년 논문은 환자의 체세포를 이식한 맞춤형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논문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맞춤형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공저자는 "황 교수도 2005년 5월 논문의 조작을 인정했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04년 논문에 대한 조사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조사위는 22일 밤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Y씨 부부를 불러 조사했다. 이 제보자는 2004년 논문에서 황 교수에 이어 제2 저자로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조사위에서 MBC PD수첩에 제보했던 내용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조사위는 22일 밤 제보자 Y씨 부부를 끝으로 핵심 관련자에 대한 1차 면담 조사를 마쳤다.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만 조사하지 못했다.

감사원도 줄기세포 논란과 관련, 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처에 대한 감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공계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황 교수 논문 조작 파문을 '과학적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소속기관이 황 교수와 공동 저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인연합은 21일 성명에서 "논문 조작 혐의로 학문적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에게 국내에서 아량을 베푼다면 한국 과학기술계와 한국 전체의 신뢰는 더욱 크게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MBC는 이날 취재윤리 위반으로 중단됐던 PD수첩을 1월 3일부터 다시 방송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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