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이면 내 집에도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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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프로젝터를 구성해 아파트 거실에서 역동적인 대형 화면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다. 50만원 정도면 집안을 영화관으로 꾸밀 수 있다.

"30인치는 작다, 60인치도 성에 차지 않는다, 최소 100인치 이상은 되어야 실감난다."

"120인치로 HDTV와 DVD를 자주 보고 있다. 소극장 수준이다. 동네 사람들이 자주 놀러와 보니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카트라이더(온라인 게임)를 프로젝터로 해봤다. 끝내준다. 더 이상 모니터를 보고 싶지 않다."

'자플' 마니아들이 인터넷에 남긴 글들이다. 자플은 '자작 프로젝터'를 줄인 말이다. 프로젝터를 직접 만들어 홈시어터를 즐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을 겨냥, '프로젝터 DIY(Do It Yourself)'를 해주는 회사도 많다. 이들 회사의 홈페이지는 요즘 방문자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초보자들의 질문과 전문가의 답변, 사용 경험담 등이 오간다.

다이프로(www.diypro.net)가 국내 프로젝터 DIY의 원조 격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는 4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대형 커뮤니티가 됐다. 마니아 동호회에서 출발, 프로젝터 전문업체로 변신한 회사도 있다. A1 Display(www.a1display.com)이다. 홈스크린(www.homescreen.co.kr)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프로젝터 DIY로 가정용 홈시어터도 꾸밀 수 있다. 프로젝터에 스크린과 스피커만 추가 구입하면 된다. 100인치 스크린은 8만~20만 원대이다. 스피커는 10만 원대면 5.1채널로 구입할 수 있다. 모두 합해 50만~60만원이면 홈시어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메이커의 프로젝터를 쓰다가 자플로 옮겨간 사용자도 많다. 비싼 램프 유지비 때문이다. A1 Display의 정의성 이사는 "상용 프로젝터의 경우, 램프 가격이 50만~70만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수명이 1000~2000시간에 그친다. 하루 5시간씩 시청한다면 200일마다 교체해 줘야 한다. 영화 한 편당 1500원꼴이다. 반면, 자작 프로젝터의 램프는 2만~3만 원이면 살 수 있다. 60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유지비가 상용의 1%에 불과한 셈이다"고 말했다.

자플의 또 다른 매력은 스스로 디자인한 프로젝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DIY를 통해 케이스 모양을 자기 취향대로 만들 수 있다.

자플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프로젝터의 활용폭도 넓어지고 있다. DVD 영화감상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캠코더.PC와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램프 유지비가 거의 안 들기 때문에 하루 종일 틀어놔도 부담이 없다. 웹서핑.게임.문서작성 등 PC로 하는 모든 일을 120인치 화면에 펼쳐놓는다. HDTV를 별도 구입하지 않고 PC에 HDTV 수신카드만 설치해 HD 방송을 시청하기도 하고, CCTV를 연결해 집밖의 풍경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터는 브라운관(CRT).액정화면(LCD).디지털광학기술(DLP) 방식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자작 프로젝터는 이 중 LCD 방식의 프로젝터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프로젝션 TV도 TV 안에 프로젝터를 넣어 제작한 것일 뿐 원천기술은 동일하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자플을 할 수 있다. 초보자도 조립이 가능하도록 키트(부품집합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프로는 왕초보를 위한 조립형 꾸러미 키트를 60만 원대에 내놓았다. 히다치 LCD 와이드 패널, 독일 오스람램프와 안정기 등 최고급 부품으로 구성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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