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마다 여진에…" 네팔 현지 가이드가 전하는 지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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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부터 3시간마다 계속 여진(餘震)이 왔어요. 무서워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네팔 카투만두에서 9년째 한국인 관광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아식 쓰레스타(44)의 말이다.

그는 26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한가로운 토요일 정오, 집 앞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집안에 있던 아내와 두 딸에게 가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지면이 요동쳤다. 주변 건물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대부터 살았던 그의 부모의 2층짜리 벽돌집도 강진에 폭삭 주저앉았다.

그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밀려왔다"며 "가족들과 대피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바닥에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가 위안으로 삼는 것은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것, 그리고 학교가 쉬는 날이어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점이다. 쓰레스타는 "갈 곳이 없게 된 부모님을 저희 집으로 모셔왔다"며 "하지만 저희 집도 지진 때문에 무너질까봐 두꺼운 옷을 입고 마당에 담요를 깔고 밤을 지샜다"고 말했다. 여진 공포 속에 지진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라디오였다. 사망자가 불어나는 소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살아남은 이들은 부서지지 않은 건물에 옹기종기 모여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는 "전기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밤에는 불빛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26일 오전에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상황이 더 나쁠 것 같은 지역으로 이동해서 현재 어떤 구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식은 "구조된 부상자도 제때에 도움을 받지 못해 길거리에서 숨지고 있다"며 "의료진과 구급의약품, 집 잃은 사람들을 위한 옷가지와 식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화기 너머로 개 짖는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쓰레스타가 살고 있는 '파탄'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5km 떨어진 구시가지로 '미(美)의 도시'라는 뜻인 '라릿푸르'라고도 불린다. 아식은 "한 때는 아름다운 공예품을 팔던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였지만 이제는 울음소리,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고 개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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