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사들인 회장님 … 에너지 만들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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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영훈(63·사진) 대성그룹 회장의 서울 관훈동 집무실 벽에는 과녁이 걸려있다. ‘국궁’(國弓)이 취미인 김 회장이 10여 년 전부터 활시위를 겨눈 건 과녁의 중심에 신재생에너지가 있어서다. 대구·경북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며 국내 대표 도시가스 업체로 자리잡은 대성을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키우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지난 2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화석 연료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남미·동남아에 편중됐다. 언젠간 바닥날 운명인데다 환경문제 때문에 사용량을 줄이는 추세”라며 “결국 에너지 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은 신재생에너지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2006년 완공해 지난해 매출 75억원(영업이익 27억원)을 낸 대구 방천리 매립가스 자원화(바이오매스) 시설이다. 쓰레기가 썩을 때 나오는 매립가스를 정제해 대구시에 파는 시스템이다. 인근에 쓰레기를 태워 열·전기를 만드는 공장도 짓고 있다. 내년 완공하면 하루 760t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그는 “쓰레기는 기후 조건을 따져야 하는 태양광·태양열보다 일반화하기 쉬운 에너지다. 중국·인도 시장에 쓰레기 수거 시스템만 정착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이 없어서 못하는 것도 있지만 기술이 있어도 사업화를 못시키는 경우가 많다. 기술만큼 중요한 게 사업 모델”이라며 “우리는 방천리 공장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수익성 면에선 국내 최고 ” 라고 덧붙였다.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44) 처럼 창의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몽골·방글라데시·카자흐스탄에 진출해 해가 있을 땐 태양광, 해가 없을 땐 풍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솔라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경남 남해에 무인도도 샀다. “전 세계에 무인도가 얼마나 많습니까. 놀리는 땅이죠. 섬을 둘러싼 바다 해수면의 습기를 끌어모아 식수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그는 2013년부터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2~17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에선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자·과학자들이 현장에서 개발한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그 자리에서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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