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여지 없는 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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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은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사우디와의 대전때까지만 해도 잘 싸우던 한국선수들이 마지막 순간 왜 기동력이 떨어지고 패스웍의 난조를 보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부터 중동의 기세 때문에 한국의 올림픽 본선진출 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였다. 더구나 지난해 청소년대표 중심으로 개편된 이후 진통을 겪어온 화랑의 팀웍에 헛점이 보여 여러모로 한국이 불리할것으로 우려되었었다. 그러나 이번 싱가포르 예선서 한국은 기대이상으로 선전, 새로운 가능성을 비쳐주기도 했다.
한국은 29일 이라크와의 대전서 체력·개인기·투지에서 완패했다. 스코어는 1-0이었지만 게임내용은 그 이상의 차가 있었다. 심판도 공정했으므로 무엇을 탓하고 누구를 나무랄 여지가 없었다.
앞서 사우디아와 대전때의 컨디션이었다면 해볼만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라크는 화려한 공격보다 단단한 수비로 조직적인 경기를 운영, 사우디보다 더 어려운 상대였다. 결국 이라크를 대단치 않게 보고 덤비다 패스가 모두 차단당하자 전열에 구멍이 생기고 팀 플레이가 무너져 버린것이다.
한국의 기동력이 떨어지고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채 목적의식 없이 우왕좌왕하다 게임을 놓쳐버린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선수들의 경험 부족만 탓할것이아니라 4일간 휴식중 체력·컨디션 관리에 실패했고 이라크를 제대로 파악지 못한 때문이라고 할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일은 이길수있고 꼭 잡았어야만 사우디와의 예선평기를 놓친것이다. 또 그 실패이후 『이라크쯤은 문제없다』고 호언한 박감독의 태도가 비록 선수들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것이라해도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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