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경제교실〉농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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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농민들도 농사지어 번 돈으로 세금을 낸다. 농지세가 그것이다. 봉급장이로 치면 소득세요, 기업으로 치면 법인세다.
그러나 늘 시비다. 농사지어 무는 세금이 오히려 도시사람 보다도 무거울 뿐만 아니라 세금을 매기는 과표기준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금을 매기려면 순수입을 기준으로 따져야 할 텐데도 현행 농지세는 농사비용까지 합쳐 총수입을 기준과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시비거리다.
가뜩이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비료·농약값 등은 빼주질 않고 쌀 몇 가마 더 거둔 것만 따져서 그만큼 세금을 더 매기고 있으니 터무니없는 과세방법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농지세의 기초공제액이 소득세보다 낮다는 점이다. 예컨대 5인 가족봉급생활자 연간기초공제액이 1백44만원인데 비해 농지세의 기초공제액은 ▲쌀 농사인 갑류 농지세가 1백15만원 ▲채소농사인 을류 농지세가 34만원밖에 안된다. 이렇게 해서 도시근로자중에서 32%만이 세금을 내고 있는 반면 농가는 41%가 세금을 낸다. 도시가 농촌보다 더 많이 세금면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율체계도 문제다. 쌀 농사의 경우 농민들은 기초공제를 하고 난 소득이 한달 15만원이하일 경우에만 최저세율인 6%의 세율을 적용 받고 있으나 가게를 차려서 사업을 벌일 때는 1백20만원까지도 6%의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농민들은 30만원이 넘으면 최고세율인 10%를 매기는데 비해 도시에서는 3백만원이 돼야 이 세율을 적용 받는다.
근본적으로 종합소득세는 16단계로 세분해서 세금을 매기는데 반해 농지세는 3단계로만 나눠져 있으니 농민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들어 채소류 등 특작물을 재배해서 올리는 소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여기에 적용되는 을류 농지세의 기초공제액 34만원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채소농가들의 불만이다.
뿐만 아니다. 소득표준율을 매길 때도 풍년이나 흉년에 상관없이 시·군이 주먹구구식으로 매긴다는 것이다.
이러니 현행 농지세를 대폭 깎아주고 세금매기는 방법도 조속히 고쳐야한다는 것이 농민들과 농수산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농지세를 거둬들이는 내무부가 지금껏 반대해온 입장도 일리가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농지세와 일반소득세를 수평비교해서, 많다 적다를 따질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세율이 얼마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농지세의 과세대상이 전체 농가소득이 아니라 쌀과·채소 등 농가수입의 55%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은 종합과세를 하고 다른 한쪽은 부분과세를 하는데 어떻게 수평비교를 해서 따질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보리농사나 밀·감자에서 버는 돈은 농지세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켜준다.
그러나 반대해온 진짜 속사정은 군청이나 읍사무소 재원의 대부분을 이 농지세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연간 거둬들이는 농지세가 약 9백억원 정도인데 이것을 깎아주면 당장 군이하 지방관청의 살림살이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정부가 농지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 농민들의 소득세를 크게 내려 주겠다는 것도 그 구멍을 휘발유 등에서 거둬지는 특별소비세의 일부를 끌어서 메우겠다는 복안이 섰기 때문이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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