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윤상림'문어발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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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호텔 사장 윤상림(53.구속)씨의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6일 윤씨가 판.검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수사 대상이 된 기업체 등 세 곳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윤씨가 판.검사들을 상대로 실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청탁수사와 관련해 경찰청 특수수사과 일부 경찰관의 계좌에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도 포착,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 "판.검사 로비 정황 포착"=검찰은 윤씨가 2004년 4월 지방의 한 건설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명목은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구속 위기에 몰린 현장소장 구명을 위한 것.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검찰간부에게 로비해야 된다"며 돈을 받았지만 소장은 구속됐다. 게다가 이 업체는 민사소송에서도 수억원을 배상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윤씨는 2003년 9월에도 비리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대기업 계열사 대표에게서 부탁받았다. 윤씨는 기업 관계자에게 "수사 책임자인 부장검사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막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영장이 청구되자 "영장담당판사에게 얘기해 영장을 기각시켜 주겠다"고 했다. 결국 계열사 대표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일처리가 대부분 당초 약속과 다르게 돼 돈만 받고 로비를 안 했거나 로비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성공한 로비는 당사자가 입 다무는 경우가 많아 판.검사를 대상으로 한 실제 로비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경찰관 계좌서 뭉칫돈 발견"=검찰은 윤씨의 청탁을 받고 H건설 수주비리를 수사했던 경찰청 특수수사팀 경찰관에 대한 계좌추적에서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입금 시점이 경찰에서 H건설 사건이 끝난 지 불과 이틀 뒤인 데다 여러 계좌에 같은 날 입금된 점을 중시, 이 돈이 청탁수사의 대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H건설에 대한 수사 도중 윤씨가 한 경찰관에게 8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밝혀냈다.

◆ "로비 실패 뒤 실비정산도"=윤씨는 2003년 9월 대기업의 수사청탁 당시 로비 결과가 의뢰인 부탁과 다르게 나왔음에도 기어코 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윤씨는 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결과가 실패로 나오자 대기업 측에서 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윤씨는 "결과와 관계없이 비용이 들었다"며 실비정산을 요구했고 결국 대기업은 윤씨에게 3250만원짜리 수표를 끊어 줬다. 윤씨는 이 수표를 강원랜드에서 사용했고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출처를 확인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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