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00일] 市-유족 추모공원 등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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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대구지하철은 부분 운행되고 있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수습= 26일 현재 사망자 1백92명 중 1백23명의 장례가 치러졌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섯구를 포함, 69구의 시신이 대구지하철 월배차량기지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위령탑과 안전교육관 건립, 묘역 조성, 추모벽 설치 등을 놓고 대구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희생자대책위원회 측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도심인 대구시 중구 수창동 수창공원 예정지에 사망자 묘역이 포함된 추모공원 건립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구시는 인근 상인 등의 반대가 거세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유가족들은 시장실 점거와 시위를 하는 등 대구지하철 중앙로역과 분향소가 마련된 시민회관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대구대공원 인근 그린벨트 안에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 측은 유가족들을 상대로 두차례에 걸쳐 보상 설명회를 가졌고 장례를 마친 유족을 대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부상자에 대해서는 네차례에 걸쳐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손해사정인 등을 통해 구체적인 보상액을 산정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은 중앙로역의 안전진단이 마무리되지 않아 중앙로역을 중심으로 주변 6개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서 부분 운행되고 있다. 유독가스를 뿜어내 문제가 됐던 전동차 시트는 방염처리만 됐을 뿐이고 내장재 교체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 전 하루 15만명이던 승객도 5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수사와 재판= 경찰은 지난 21일 시방서와 달리 전동차의 천장과 내장재를 제작, 납품한 2개 업체 관계자 3명을 구속하는 것을 끝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 12명이 구속됐고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방화범 김대한(56)씨와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7명에 대해서는 지난 19일 1차에 이어 26일 2차 공판이 진행됐다. 1차 공판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시인한 金씨는 법원의 정신감정 유치로 2차 공판에서 제외됐다.

26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8명에 대한 2차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불이 난 1079호 전동차 기관사 崔모(32)씨가 화재 발생 1분 뒤인 2월 18일 오전 9시56분9초부터 13초간, 오전 9시56분42초부터 14초간 두차례에 걸쳐 통화한 기록이 담긴 열차 무선통화기록부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변호인 측은 "기록부에는 통화 시간만 나올 뿐 내용이 없어 이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모행사= 국민추모음악회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강지원.김영수.김영순)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 야외 특설무대에서 추모음악회를 연다. 희생자대책위 측은 28일 오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에서 1백일 추모식을 계획하고 있다.

28일부터 6월 15일까지 대구시민회관에서 영상 및 기록사진전이, 중앙로역 지하1층 동아백화점 출입구 쪽에서는 '나, 엄마 사랑하는 거 알지?'란 제목의 시사만화전이 열린다.

대구=황선윤 기자,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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