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가 상관 평가 … 장성 부적격자 미리 걸러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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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하 장교들이 상관인 대대장(중령)과 연대장(대령)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게 하는 방안이 이르면 6월부터 육군과 해군에 도입된다. 군의 위계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폐지된 상향식 다면평가 제도가 6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군 고위관계자는 8일 “지난해 윤 일병 사건과 성추행 사건 등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휘관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자질이 부족한 지휘관들의 고위직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 상향식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다면평가 제도는 동기들과 부하 전원이 평가하고, 이를 점수로 환산해 서열화하다 보니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대의 위계질서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도입하는 제도는 다면평가의 일종이긴 하지만 지휘관의 결격 사유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이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종전의 다면평가가 진급 점수로 활용되다보니 군 내부가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고 불만이 있는 부하들이 사실과 다르게 점수를 주는 폐해가 있었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제도는 객관성을 보장하고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자료로만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육군의 경우 ‘리더십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대대장과 연대장급이 대상이다. 지휘관 평가를 하게 될 부하 장교들의 범위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소위(급)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가항목으로는 지휘관으로서의 인성이나 자질이 주로 포함될 예정이다. 육군 관계자는 “상향식 평가제도를 도입하면 피평가 지휘관들 스스로 제왕적 행동을 자제하게 되고 부적격자들이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방위사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군은 중령 이상의 육상 근무 지휘관(팀장급)과 소령 이상의 함정 근무자 등 육군보다 지휘관의 규모를 더 확대해 상향식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군 역시 서열이나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부하들의 평판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평가 방식이나 평가자들의 범위에 대해선 현재 논의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검증 잣대를 철저히 해 간부들의 인성과 자질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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