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익 지키려 북핵 막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訪美)성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인들에게는 이번 정상회담이 어떻게 비쳤을까. 미국 보수주의의 아성 격인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풀너(사진)총재를 만나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한.미관계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대치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점수로는 B플러스나 A마이너스다. 단 한번의 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서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이다. 미 정계는 盧대통령이 보여준 신뢰감과 솔직함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 정상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 2사단의 재배치를 고집하는 듯하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 아닌가.

"물론 해당 장관이나 실무 차원에서는 다른 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정상이 만나 한.미관계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논의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전술적 사안에 불과하다. 합리적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다른 의견이 나온다고 해서 이를 혼선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盧대통령을 반미.진보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미국에 있었다. 이번 방미로 그런 우려가 가셨는가.

"물론이다. 盧대통령은 이번에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재계 리더들과 함께 왔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장까지 따라왔다. 투자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는 그가 한.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고, 국익을 위해 모두 합심할 수 있다는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과거 그가 있었던 자리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북핵문제가 고조되면서 일본에서는 강경론과 더불어 재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대안에 대한 논의도 하는가.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한국.북한.대만 등 주변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재무장론은 이러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하는 소리다. 미.일 정상회담은 북핵 반대입장을 공유하는 차원이지 군사적으로 일본을 변화시키는 논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중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중국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압력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중국은 미국이 대가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북한 핵을 저지할 것이다. 북한과는 공산주의 동맹이었지만 중국은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간 지 오래다. 바로 옆의 한 '미친 녀석' 때문에 가뜩이나 신경이 쓰이는데 그가 핵무기까지 갖는 상황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은 '너희가 정권을 유지하고 싶다면 내 말을 들어라'며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외교의 속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부시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대표적인 예다.

"철강 반덤핑관세나 농업보조금 등 일련의 실망스러운 조치가 있었다. 이것이 정치인들의 한계며 우리가 계속 의회에 자유무역 압력을 넣는 이유다. 하이닉스와 관련, (마이크론사가 있는)아이다호주는 이번에 모든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상계관세는 철저히 제한적이고 명확한 증거에 근거해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최종판정에서는 큰 조정이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렵다. 주문할 것이 있다면.

"역대로 성공한 지도자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해 지지를 얻은 뒤 움직였다. 盧대통령은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국익을 위해 다들 뭘 해야 하는지를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동북아의 중심'이란 개념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인적자원은 일본보다 훨씬 역동적이며 창의적이다. 기업하기 좋은 곳을 만들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제주체들을 공평하게 대하며,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면 일본 경제를 능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