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지의 적반하장 "일본에선 조직적 박해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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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 신문이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일 기간 중 '역사' 훈수에 발끈했다.

산케이는 이날 3면에 '메르켈 총리 나치와 일본 혼동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이 전날(10일)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의 회담에서 나치에 의한 범죄행위와 위안부 문제를 연계해 언급한 데 대해 "전쟁 전, 전쟁 중의 일본과 독재자인 히틀러가 이끈 나치 독일을 혼동한 것 같은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동맹국이고 오랜 기간 (일본과) 지내와 아직 지식층은 (그 차이를) 알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한국의 로비활동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일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 "일본에선 군인들의 폭주에 의한 전쟁범죄는 있었지만 나치 독일과 같은 조직적인 특정 인종 박해·말살 행위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또 일본의 전쟁 책임을 추궁한 도쿄재판 당시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등 독재자)의 경우와 어떤 점에서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하며 일본 편을 들었던 인도의 라다비노드 펄 판사의 말을 제시했다.

신문은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도 1985년 연설에서 '유대인이라고 하는 인종을 철저하게 말살할 것은 역사에 전례가 없다'고 했다"면서 "나치 독일을 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선 유죄 19명 중 16명이 일반 주민에 대한 섬멸, 노예화 및 인종적 박해에 따른 '인도적 범죄'로 유죄가 됐지만 도쿄재판에선 (일본인들이) 누구도 이 죄에 처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산케이의 주장은 같은 패전국이긴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인종말살은 안 했으니 나치 독일과 같은 잣대로 과거를 반성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신문은 또 "일본의 이웃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며 독일처럼 프랑스와 폴란드가 아니다"며 "안이한 동일시, 혼동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갈등과 대립의 책임을 은연 중에 한국·중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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