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윤, 국내무대 '매운 신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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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SK 방성윤(가운데)이 삼성 서장훈(오른쪽)과 이규섭을 피해 골밑을 돌파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 NBDL의 로어노크 팀에서 뛰다가 국내 코트로 돌아온 방성윤(SK)이 주말 경기에 잇따라 출전했다. 프로농구 데뷔 무대였던 26일 LG와의 2005~2006 KCC프로농구 창원 경기에서 21득점, 27일 삼성과의 잠실 경기에서 23득점했다. SK는 LG에 87-100, 삼성에 88-101로 져 3연패를 기록하며 6승9패로 8위까지 밀렸다.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방성윤은 삼성 선수들이 소개될 때까지 자유투를 연습했다. 어떻게든 국내 무대에 빨리 적응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방성윤으로서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감당 못할 만큼 뜨겁다. 방송에서는 이틀 연속 방성윤의 경기를 생중계했다. 올해 초 프로축구 스타 박주영(FC서울)의 경기가 자주 중계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LG와의 경기는 방성윤과 현주엽(LG)의 맞대결로 예고됐다. 3쿼터 8분20초쯤 방성윤이 21득점을 올리고 5반칙으로 퇴장할 때까지 현주엽과 일대일로 맞선 장면은 네댓 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성윤은 "현주엽과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서장훈과 맞대결한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국 농구 '물'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코트에서는 신인임에 틀림없는 방성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이런 관심은 방성윤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다. 언젠가 전자랜드의 노장 문경은(34)이 "언제 적 문경은.이상민(KCC)인데 아직도 우리가 프로농구 간판이란 말이냐"고 푸념했듯 한국 농구는 새로운 스타의 출현에 목말라 있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방성윤의 움직임은 LG와의 경기 때에 비해 경쾌했다. 슛 기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동료와의 호흡 일치가 필요했다. 팀 플레이에 의해 깔끔하게 기회를 만들어 득점하는 장면이 적었다.

시선이 방성윤에게 집중된 사이에 모비스는 4연승을 올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26일 동부를 93-78로 제압하고 가장 먼저 10승(3패) 고지에 올랐다. 1라운드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LG는 27일 전자랜드를 79-66으로 제압, 3연승하며 8승6패로 4위가 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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