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개발사, 매출 156억 → 431억 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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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E사는 매출이 2008년 156억원에서 2013년에 431억원으로 늘었다. 해외 수출 비중도 40%로 확대됐다. 유럽식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기술 개발을 한 덕분이었다.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스마트그리드 분야 국가표준 코디네이터의 도움이 컸다. 전기차 충전방식의 국제표준 동향에 대해 조언하고 수출하려는 국가의 표준체계에 맞는 기술 개발의 방향을 설정해줬다.

국가표준 코디네이터가 글로벌 표준 전쟁에서 국내 기업을 지원할 책사로 뜨고 있다. 국내 유명 회사 출신 연구자나 교수 등 해당 분야 국제표준 동향에 밝은 전문가 집단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을 놓고 선진국 기업과 경쟁하는 데 있어 이들의 맞춤형 조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국이 국가표준 코디네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선진국의 성공 사례가 있어서다. 미국·유럽연합(EU)와 같은 선진국은 일찌감치 연구개발(R&D)에 국가표준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09년부터 표준화와 연계했을 때 파급 효과가 큰 R&D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기술혁신프로그램(TIP)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총 9개 R&D 프로젝트에 22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스마트그리드·전기자동차와 같은 대형 국책과제 분야에는 국가표준 코디네이터를 지정해 표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EU는 1985년부터 범유럽 공동연구개발 네트워크인 ‘EUREKA’를 도입했다. 에너지·나노 등 7대 산업분야에 대해서다. EUREKA를 통해 공동개발한 기술은 그 자체가 유럽 표준이 된다. 유럽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이동통신 기술방식인 ‘GSM 통신기술’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2009년 EUREKA 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유럽표준화위원회(CEN)와 전기기술 유럽표준화위원회(CENELEC)가 설립한 센터(CEN-CENELEC)는 중소기업에 표준 관련 교육과 멘토링을 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기술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디렉터(PD)제도와 R&D 기획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부터 7~8개의 미래 성장 산업분야에 대해 국가표준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을 개발할 때 표준화 방향을 제시하거나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성과를 국제 표준과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마트그리드▶차세대컴퓨팅▶스마트SCM▶스마트자동차▶스마트 의료기술▶웨어러블 스마트기기▶차세대소재 7개 분야다. 매년 20여 건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의 표준 업무를 지원한다.

 성과도 있었다. 2011년 9월엔 한국 주도로 국제표준화 기구(IEC)의 인쇄전자분야 기술위원회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최근 차세대 신성장 산업으로 급부상 중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국제표준을 이끌어 나갈 전문가 그룹을 한국 주도로 출범시켰다. 올해 공식 기술위원회로의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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