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늦지 않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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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은 이미 여섯 살이면 성에 눈뜬다고 합니다. 제 후배의 딸은 같은 유치원에 다닌 남자친구한데 물었대요. "날 어떻게 생각해?" "넌 예쁘고 귀여워." 후배의 딸은 "난 그 말만 믿을게" 라고 대답했답니다.

성에 눈뜨고 질 것도 없는 제 나이에 이 꼬마들을 바라보는 심정. 나는 왜 저 나이에 저런 생각조차 못했을까 슬퍼집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제때에 깨닫지 못하는 아쉬움은 많습니다. 마음 속에 경계경보 장치가 너무 많은 까닭은 아닐까요. 너무 안전하게만 살려는 건 아닌지요.

영화 '투게더'에 음대 교수 역으로 직접 출연한 첸카이커 감독의 말이 길게 메아리칩니다. 악기의 기술은 가르쳐도 "감정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러니 여섯 살 꼬마들의 조숙함도 세상의 어떤 어려움이라도 다 좋은 겁니다. 힘든 상황…견딜만큼이면 그 속에서 많은 감정을 알고 세상살이를 좀 더 깊고 따뜻하게 볼 테니까요.

신현림 <시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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