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을 익히는 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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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국민학교가 금명간 수업을 끝내고 50일에 가까운 방학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도 20일을 전후해 모두 방학에 들어간다.
작년부터 각급 학교의 방학기간이 길어진 것은 자율학습을 통한 심신단련의 기회를 넉넉히 제공하려는데 그 뜻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자신들도 이기간을 지루하다 생각지 말고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차 말하지만 방학은 수업의 연장이다. 배우는 장소가 교내에서 가정이나 야외로 옮져졌을 뿐 배우고 익히는 원리는 똑같다. 오히려 방학기간엔 스스로 정한 일과표에 따라 공부하게 되니까 학과목의 터득에 대한 기쁨은 학교생활에서 얻는 것 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방학동안의 숙제물이 줄어 든 것도 이 같은 자율학습의 소중함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교육당국의 배려인 것으로 안다.
최근 중·고생의 교내풍기가 문제되고 있다. 2년째가 되는 복장과 두발의 자율화가 그 원인인지 아직 세심한 연구는 없으나 방학기간 중에 학부모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특히 흡연 학생이 늘고 폭력·불량학생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교수보다는 부모쪽의 지도 결핍이 원인이 된다고 본다.
따라서 해이해지기 쉬운 방학기간 중 가정에서는 청소년기의 올바른 생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우선 학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절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절은 서로를 존경하고 생활을 질서있게 꾸러나가는데 기본 목적이 있다. 반드시 웃사람만 공경하는것이 아니고 친구 상호간에도 예의는 지켜야한다.
요즘의 학교교육이 시험에만 치우쳐 예절교육, 나아가 덕성교육은 소홀히 다루는 느낌이 없지 않다. 따라서 가정마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을 예절교육의 중점 기간으로 정한다면 골치 아픈 학생폭력 문제도 점차 해소 될 수 있다고 본다.
방학동안에 놀 곳이 없다고 학생들이 백화점·시장·상가로 쏘다니는 것을 자주 본다. 부모들의 적절한 지도가 없다면 학생들은 여기서 소비풍조와 허영심 밖에 배울 것이 없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이를 말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교육의 하나로 적극 활용해야한다.
물건을 사고 팔때의 예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알뜰한 경제생활등도 훌륭한 교육의 하나다.
특히 겨울방학이면 바깥이 춥다고 자녀를 집에만 가두어 두려는 과보호 부모들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모처럼 맞게된 심신단련의 기회를 허성세월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바깥에 나가 놀 수 있는 놀이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이 기간을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겨울을 이기는 건전학 운동을 권장함과 아울러 독서생활도 적극 격려해야 한다. 기나긴 겨울방학 동안 한권의 명서라도 읽혀 교양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마다 이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교교육의 부족한 면이 보충되고 원만한 인격을 갖추게 됨을 생각할 때 이번 겨울방학은 결코 소홀히 보낼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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