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어린이 문화, 방치되고 있다|어린이 도서연, 『언론에 비친 어린이사회』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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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이들이 어린이 답지 않은 작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성의에 기인한다.
최근 어린이 문제를 걱정하는 일선교사와 관심있는 젊은이들 10여명의 모임인 어린이도서연구회(회장 송창섭)가 한 자료집을 펴냈다.
지난 5년간 신문 잡지등 언론에 실린 어린이기사를 모아 분석한 『어린이세계.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에 비친 어린이 사회』(조월례편)란 이 자료집은 오늘날 많은 어린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모르는채 성인사회의 불건전한 오락, 황금만능주의, 인명경시풍조등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혼 중심적인 모든 생활환경속에서 어린이의 의견이나 바람은 무시되고 있는데, 더욱 큰문제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이를 둘러싼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비친 어린이세계의 문제점을 독서 놀이·의식 가치관·어린이교육·가정의 5개분야로 나눠 조사해 본 이 자료집은 다음과 같이 4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우선 어린이세계의 갖가지 문제점은 뜻있는 일선교사나 사회단체, 언론을 통해 재기되지만 문제점은 그 자체로 남을뿐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실속없이 떠들썩하기만 해 문재해결을 위한 구체적·체계적 노력이 부족하다.
다음, 어린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저 조사가 이뤄지긴해도 정책입안의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거의 없어 전반적인 평가 작업이 부실하다.
이들은 어린이를 위한다는 것은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스스로 해 나갈수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회회원 이주희교사(서울원당국교)는 이 자료집을 통해 몇가지 진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첫째, 이 나라의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로서 어린이와 만난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 그들 삶의 뿌리가지 파괴시키고있는 실정이다.
둘째, 어린이들의 문화가 얼마나 황폐한 상태인가를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의 영혼을 새롭게 살찌울 놀이 노래·이야기(책)들이 어른들의 상업주의와 퇴폐적인 문화찌꺼기물로 오염돼있다.
세째, 이같은 문제는 무수히 기사화됐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고있다. 어린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체 떠들기만할 뿐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이나 사회의식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교사는 최근 수년간 어른들 사이에서 잠시 여론화 됐다가 사라졌던 문제들이 어린이들 세계엔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 그것들은 내일의 어른들 삶에 배어 나와 이겨례 역사속의 고름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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