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리랜서 연출가 영입 결정으로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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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러듀서의 프리랜서화는 바람직한가, 시기상조인가.
최근 MBC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프리랜서 PD의 영입을 둘러싸고 제작간부진과 일선PD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어 방송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전 KBS부국장을 역임한 중진프러듀서 김재형씨가 주간단막극 『조선왕조5백년』제3회 「인수대비」(가칭)를 프리랜서 자격으로 연출을 맡게된데서 비롯된 것.
당초 김씨는 특집극 『제3국인』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곧 막을 내리게될 『뿌리깊은 나무』의 후속을 맡기로 결정, 현 이병훈 PD로부터 바통을 넘겨받기로 내정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MBC PD들이 발끈, 21일 하오 전체회의를 갖고 프리랜서 영입철회 내지 전PD들의 프리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
이들은 ▲프리랜서의 영입으로 자체내의 인화가 깨지고 ▲아직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지 못하고있는 만년조연출도 상당수 있으며 ▲작품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연출자도 5명이나 된다는 점 ▲그리고 김씨 자체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제작간부측은 『1차적으로 프리랜서를 영입함으로써 프러덕션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며 현 프러듀서의 미래를 보더라도 시작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C가 프리랜서 기용을 서두르게 된 것은 극심한 인력난 때문. MBC-TV는 현재 12편의 드라머 제작에 PD17명 AD12명이 매달려 있으나 KBS는 18프로에 PD28명 AD36명으로 MBC에 비하면 극히 양호한편.
따라서 절대숫자가 모자란 MBC는 연전부터 영화계·타방송사에서 프러듀서를 스카웃해왔었다.
그러나 이번 김씨의 경우 연출을 제외한 전 스태프진·기자재가 MBC측에 의해 제공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국PD들의 연출능력을 의심한 것이 아닌가하는데서 저항이 큰 것으로 방송가는 보고있다.
윤용교수(고려대 신방학)는 『TV기술발전으로인한 프로그램폭주와 방송전문화현상은 방송국 수가 제한돼 있는 우리현실에서 내부의 힘이 팽창돼 외부로 뻗어나가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하고 『방송이 개인의 독점물이 아니며 다양한 문화구성을 위해 요구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프리랜서PD는 다양화를 위해 필요하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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