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엔 ‘절절포’ … 은산분리 완화엔 소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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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임종룡

지난 3일 범금융권 대토론회가 끝난 뒤 업계에서는 한 동안 ‘절절포’라는 신조어가 회자됐다. “규제완화는 ‘절절포’다.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발언에서 비롯된 말이다. 임 회장이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되면서 그의 발언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금융정책의 기본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후보자는 철저한 규제완화 옹호론자다. 신임 금융위원장에 지명된 17일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현장과의 소통 강화, 자율과 경쟁 강화의 원칙 속에서 규제의 틀을 재정비하겠다”고 일성을 날렸다. 대토론회 당시에는 “금융사들이 건전해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큰 폭의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간, 또는 부서들간의 공조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임 후보자는 대토론회 때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부서마다 다른 얘기를 하는 건 곤란하다. 금융감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정 직후에도 “금융당국은 각 금융회사가 공정한 룰에 따라 마음껏 활동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완화와 합리적 금융감독을 통해 금융사간 자율적 경쟁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발언들이다.

 지주회사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 방안들도 적극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임 후보자는 지난해 KB사태 당시 지주회사 해체 주장에 반대하면서 역할 구분론을 제기했다. “지주회사는 계열사 사장을 임명해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며 그 대신 계열사에 대한 경영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발언이었다. 그가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인수를 성사시키고, 은행과 증권사 점포를 한 곳에 둔 금융복합점포 1호점을 낸 주역이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임 후보자는 다만 ‘은산분리’완화에 대해서는 적극적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문제는 최근 핀테크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논의 과정에서 중요 논의 대상으로 부상한 상태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국내 정서상 은산분리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터넷뱅킹이 매우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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