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된 회장저고리에 4대물려온 놋주걱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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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곱게 싼 보자기 속에서다 닳아빠진 놋주걱이 등장하는가하면 증조할머니가 시집올때 입었다는 1백여년도 더 된 회장저고리가 선을 보이기도 한다.
18일 하오2시 KBS본관 공개홀에서 녹화 진행된 KBS 제2TV 『장수만세』 여름특집 「우리집 가보」(방송 23일 하오4시10분)의 한 장면이다.
지난 14일 72가정에서 1백47점이 접수, 이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36가정의 가보들이 선을 보인 것.
출품자들은 대부분 진귀한 물건이기 보다 의미가 담긴 것을 가보로 여기고있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조대선할머니(65)가 들고 나은 인두는 그가 경기여고(제27회) 졸업당시 재학생들이 졸업기념으로 선물했던 것. 6.25사변으로 피난갈 때도 고리짝에 넣어 가지고 다녔단다. 쇠가 좋아 지금도 동정을 달때 사용한다는 조할머니는 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팔순의 김효순할머니가 가보로 지녀온 것은 양반부인들이 사용했던 일종의 모자인 아얌. 외할머니가 쓰던 것을 어머니를 거쳐 김할머니가 물려받은 것.
양반부인들이 겨울에 외출할 때 쓰개치마 속에 쓰고다녔던 아얌은 현재 전해지는 것이 드문 형편이다. 해방이후 한번도 써보지 못했다는 김할머니는 6·25사변동안에는 독속에 넣어 보관했다고 말하기도.
한편 대대로 물려 써온 부엌살림살이를 가보로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곰할머니로 불리는 이웅할머니(84) 의 놋주적이 바로 그것.
며느리가 이어받아 4대째 써오고 있다는 이 놋주걱은 본디 지름15cm정도의 것이 거의 다 닳아 이제 2cm도 채 안남은 정도가 됐다.
이할머니는 『요즘 사람들이 물건을 헤프게 쓰는 것이 안타까와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날 출품된 물건가운데 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박정노씨가 선보인 만국전도와 일기.
이 만국전도는 1605년 중국에서 연안부원군 이광정이 들여온 것을 원본으로 하여 1630년 당시 공조참판을 지내던 함양박씨 13대손 박정설이 모사한 것. 작년5월 이를 본 서울대 이찬교수가 국내 현존지도중 가장 오랜 것이라고도 했다는데 이번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산림처사 박한광씨가 1834년 처음 시작, 현재 박정노씨에 이르기까지 7대째 계속되는 한문일기는 모두 43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기후와 중요사항을 기록하고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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