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고 이제 개발국을 지향할 수 있을만큼 그 기반을 구축한 것은 산업근로자들의 값진 노력과 희생에 의존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이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과 공해를 무릅쓰고 산업일선에서 피와 땀을 흘린 결과 이제 이만큼 경제발전이 가능하게 됐고 우리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하게 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수준의 향상과 병행하여 근로자들의 임금도 차차 개선돼 이제는 「값싼 임금」으로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단계는 지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일한만큼 대우를 받고있다』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이 아직도 상당한 기업들의 경우 경제수준의 향상에 비례해서 개선되지 못하고있다는 견해는 지배적인 것 같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 한해동안 전국 각종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무려 13만7천8백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신체적 불구자가 됐다. 이것은 전년도의 11만7천9백여명에 비해 17%가 늘어난 숫자다.
이로 인한 재산손실만도 4천8백59억원에 이르러 전년도보다 28%나 피해가 늘어났다. 지난해의 산업재해자수는 10년전에 비해 3배나 많은 것이며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이 시작된 60년대 이후 산업재해의 추세는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다.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평균 1천명당 39명이 재해를 당하고 있으며 이같은 재해발생률은 일본에 비해 무려 5배나 높다.
정부는 이같이 증가열로에 있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91년까지 추진할 산업재해예방 중·장기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가 마련한 이 계획에 따르면 이기간 중에 총4백16억원의 예산을 투입, 올해부터 85년까지는 관계법령과 제도 기구와 인력 등을 개편, 보강하고 86∼87년도에는 재해예방을 위한 연구기능을 강화하며, 88∼91년 기간에는 재해예방을 위한 기업투자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한편 1백억원의 기금을 조성, 기업의 산재예방 시설투자를 지원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3단계 사업이 끝나는 목표연도에는 재해율을 1천명당 19명인 선진국수준 이하로 낮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뒤늦게나마 산재를·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퍽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성취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자발적이고 솔선하는 협조가 있어야만 한다.
산재발생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 대부분이 시설의 하자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인들의 근로자보호 의식이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지각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강제적인 제재에 앞서 근로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돌봐주는 자발적인 예방조치가 아쉽다 하겠다.
산업재해가 늘어나는 대는 위험물질이나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나날이 발전하고 고도화돼 가는 산업기술을 수용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산업재해를 줄이는 선결 조건이다.
근로자들의 기계를 대하는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해이된 근무자세나 방심 때문에 엄청난 재난을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종업원들의 근무기강이 바로 잡히는데는 원활한 노사협조가 전제가 된다.
종업원과 기업주가 한가족처럼 뭉친 일터에서는 기업주는 종업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기업주에 대한 근로자들의 근무자세가 흐트러질 수가 없을 것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작업환경 속에서 기업주와 근로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상부상조하는 산업현장의 분위기만이 산업재해를 줄이면서도 기업성장을 계속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