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홍콩의 장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앞으로 14년후 과연 영국은 손을 툭툭 털고나가고 중공이 홍콩의 통치권을 완전히 장악하게될 것인가?
99년간의 조차조약대로 한다면 조차기간이 끝나는 1997년말에는 영국은 홍콩을 중공에 넘겨주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영국과 중공정부 및 홍콩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있고 희망과 구상이 달라 쉽게 타결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홍콩문제는 중공측에서 내년말까지 중공-영국간에 원만한 타결을 보지못하면 독자적인 해결책을 밀고나가겠다고 시한통보를 해옴으로써 다급한 외교현안으로 클로스업되었다.
영국정부는 12일 북경에서 열리는 제2차홍콩문제회담을 앞두고 런던에서 홍콩정부측 대표들과 협의를 가졌다.
「에드워드·유드」총독을 비롯, 10명의 홍콩측 대표들과의 협의는 중공에 제시할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홍콩의 장래에 대해 영국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중공이 배짱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하다.
영국의 입장으로서는 홍콩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교전상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홍콩을 갖고 있을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홍콩이 얼마나 귀중한 대아시아발판인가를 알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영국의 수출·수입량이 인도보다 많고 다른 어떤 개도국보다 많을 만큼 비중이 크다(작년 영국의 대홍콩수출은 7억3천3백파운드, 수입은 8억7천3백파운드). 홍콩에는 2만명의 영국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장래를 보장하는것도 영국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영국의 입장을 결정으로 받혀주는 것은 홍콩주민들의 여론과 희망. 5백30만명의 홍콩주민은 98%가 중국계지만 그 대부분이 공산통치가 싫어 본토를 빠져나온 사람들이고 지금과 같은 자유와 경제적 활동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값이 하락일로이고 중공이 통치권을 장악하게 된다는 얘기가 나올때마다 홍콩달러와 증권값이 떨어지는 것은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중공의 입장에서는 홍콩을 수중에 다시 장악했을때의 득실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중공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막대한 외자가 필요하다. 중공은 필요한 외자의 40%인 약70억달러(지난해기준)를 홍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홍콩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두는 것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유리하다. 그러나 주권국가로서의 체통과 정치외교면의 측면 때문에 홍콩에 대한 주권회복을 늦출수 없는 입장이기도하다.
이러한 엇갈린 이해관계와 입장을 감안, 영국식자들간에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들면 홍콩에 대한 조차기간을 30년 정도 연장, 충분한 과도기를 둔다. 홍콩에 대한 주권은 중공에 넘겨주되 중공은 통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홍콩을 완전자치제의 자유무역지대로 삼는다. 지브톨터 경우처럼 국민투표에 붙여 그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안등이 제시되고 있다.
지브톨터는 스페인에서 주권회복을 주장해 결국 68년 주민투표을 실시했는데 압도적으로 영국령으로 남아있는 쪽을 택했다.
이러한 방안들을 중공이 받아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특히 국민투표같은 것은 거론조차 못하게 할것으로 이곳에서도 분석하고 있다.
중공측은 홍콩이 중공에 귀속된 다음에 경제활동의 자유는 보장할것이라고 다짐하면서 한편으로 홍콩사람들을 달래고 다른한편으로 영국에대해 미련을 버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칼자루는 중공쪽에서 쥐었지만 자칫 잘못쓰면 자기몸에 큰 상처를 낼 수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9월 「대처」 영국수상이 중공과 홍콩에 갔을 때 홍콩문제를 갖고 협상을 벌인후 이번이 두번째의 본격적인 담판이된다.
홍콩정부쪽과 사전에 짝을 맞추어 내놓을 영국측 카드를 중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심거리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