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와 인터뷰한 알랭 드 보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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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신은 햄릿과 보바리 부인을 예로 들면서 뉴스가 자칫 인간의 한쪽 측면만 부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햄릿은 '살인자'고 보바리 부인은 '아동학대자'로 볼 수가 있죠. 반면 문학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극적' 인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뉴스는 문학이 아니지 않습니까?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제가 뉴스에서 종종 서글픈 부분이 뭐냐면, 즉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눈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정말 착하고, 저 사람은 정말 나빠'라고요. 다른 사람은 없죠. 최근 '땅콩 회항' 사건, 마카다미아 사건을 예로 들어 보죠.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녀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어요. 전부 다요. 저는 기사들을 읽고 그 여자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죠.]

[앵커]

그랬어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그녀는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가겠죠. 그녀 인생의 재앙인거죠. 물론 그녀가 많은 부분에서 끔찍한 인물이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잖아요.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보자면 선악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녀의 또 다른 측면이 빠져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앵커]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 모두 한국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완벽하게 공정한 뉴스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건가요?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요.

[알랭 드 보통/작가·철학자 : 네. 편향을 갖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슬람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대놓고 어떤 '선전(프로파간다)'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쓰는 말과 이미지, 이야기의 구조가 어느 순간 특정한 반응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될 겁니다. 저는 '우리는 단지 사실만을 보여줄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단 오히려 '우리는 당신이 이런 쪽으로, 아니면 저런 쪽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괜히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지 말고요. 저는 언론사들이 '모든 편향은 나쁘다. 폭스뉴스나 영국의 데일리메일같이 될 거다’라는 끔찍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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