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체육교사 교실서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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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체육시간에 학생이 제대로 뛰지않는다고 배를 찼다가 내장파열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자 양심의 가책을느낀 20대 체육교사가 유서를 남기고 교실에서 음독자살했다.
7일상오7시30분쯤 서울월계동 월계중학교 1학년9반교실에서 이학교 체육교사 표철씨(27)가 극약을 마시고 숨져있는것을 등교한 박모군(13)등 학생들이 발견했다.
표교사는 2일 1학년체육시간에 자기반학생인 정모군(14)이 구보를 하면서 잘 뛰지못한다고 무릎으로 배로 걷어찼다. 정군이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자 양호실에 옮겨 응급처치를 했으나 계속 신음해 서울대병원에 입원시켜 내장파열 진단을 받아 입원하게되자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정군이 입원한 뒤 매일같이 문병하고 밤을 새우며 가족들과 함께 간호하는 정성을 보였다가 고민끝에 자살했다는것.
표교사는 5일하오 홀어머니에게 『오늘 학생이 입원한 병원에서 밤샘을 하겠다. 기다리지말라』며 집을 나섰다는것.
표교사는 「1학년9반 학생들에게」란 제목으로 남긴유서에서 『70명학생들 모두를 씩씩하고 용기있는 강한 남학생으로 만들고 싶었다. 나의 정열과 혼신의 힘을 쏟아 앞으로 생활에의 밑거름이될 생활신조를 심어주고 싶었는데 실수로 담임이라는 직책을 물러나며 약한 선생님, 추한 선생님의 꼴을 보여 미안하다. 너희 모두를 사랑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나라의훌륭한 사람이되라』고 써 놓았다.
표교사는 죽기전 또 월계중 김창균교장과 김문숙교감에게 2통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6일자 서대문우체국소인이 찍혀있고 8일상오 학교에 배달됐다.
김교장에게 보낸 편지내용은 『무슨말을 드릴수 있겠습니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제 실수를 용서해주십시오. 젊은 교사가 비굴하게 흔들거리며 가늘게 살기란 참을수없는 고통입니다. 일의 책임을 지고 죽음으로 사죄합니다』고 되어있다.
표교사는 고대체육과를 졸업, ROTC장교로 군복무를 마친뒤 지난3월7일 이학교에 체육교사로 발령받아 1학년9반 담임과 함께 1학년 체육지도를 맡아왔다.
표교사는 2남2녀의 장남으로 홀어머니를 모셔왔다.
한편 정모군의 주치의 박윤상씨(29·소아외과)는 『정군의 수술경과가 좋아 7일부터 미음을 먹기시작했으며 9일중 퇴원할수있을것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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