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브람스 사후대접 대조적|사망 백주, 탄생 백50주, 서독서 기념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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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83년의 독일은 유난히 기념행사가 많은 해다.
세계 모든 사람들의 정신문명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탄생, 사망 1백∼5백주년행사가 겹치고있기 때문.
「마틴·루터」탄생 5백주년(11월10일), 「카를·마르크스」사망 1백주년(3월14일)과 「히틀러」집권 50주년(1월30일)과 더불어 2명의 음악가 「리하르트·바그너」사망 1백주년(2월13일)과 「요하네스·브람스」탄생 1백50주년(5월7일) 등이 모두 올해다. 「바그너」와 「브람스」는 두사람 모두 19세기의 후기낭만주의 시대인물. 음악제·심포지엄 등이 그들의 예술을 음미하기위해 열리고 출판도 활발하다.
흥미로운 것은 비록 같은 시대에 살긴했지만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두 음악가에 대한 행사역시 규모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시대적 반항아로서 새로운 「독일정신」과 「반유대주의」를 내세워 나치독일의 정신적 토대구축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바그너」와 독일의 과거전통에 충실하려했던 현실주의음악가 「브람스」에 대한 관심의 차이에서도 그런 점을 엿볼수 있다.

<리하르트·바그너>
독일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바그너」기념행사는 이미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다.
서독에서 이번 기념행사의 절정은 오는 7월24일부터 8월27일까지 바이로이트에서 진행될「바그너」페스티벌.
그중에서도 백미는 「게오르그·졸티」의 지휘로 공연될 14시간짜리 대작 『니벨룽겐의 반지』다. 나흘에 걸쳐 공연될 이 4부작은 한달에 걸쳐 세번 공연된다.
이를테면 반유대주의 성향을 공공연히 밝혔던 「바그너」가 독일정신의 메시아로서 군림하려 시도했었고 그 부작용이 나치의 유대인학대에까지 연결됐다는 설이다.
현재 독일의 「바그너」축제가 순전히 예술가의 업적을 재평가, 음미하자는데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사후1백주년이 「히틀러」집권 50주년과 겹치고 있어 미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요하네스·브람스>
「바그너」행사에 비교하면 「브람스」탄생 1백50주년행사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않고 있다. 다만 순수하게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속에 묻혀있을 따름이다. 서독에서 눈에 띄는 행사는 그의 출생지인 함부르크의 『브람스 주간』(5월7∼29일)과 바덴바덴의 『브람스의 기념일』(5월3∼8일) 정도다.
이처럼 판이한 성격과 음악성을 가진 두사람의 위대한 독일음악가가 동시에 기념되면서 그 규모나 관심에 차이가 있는 것은 어느면에서는 현대독일사람들의 의식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같아 흥미롭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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