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운영 대화로 시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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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장이 혼자 국회를 움직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의장은 다만 동료 의원의 대표로서 여야의 희망을 한데 묶고 묶어진 의견이 실현 되도록 힘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1대국회 후반기의 새 의장으로 내정된 채문식 현국회부의장은 국회의장이라는 자리가 동료의원과 수평적인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외국에서 의장을 단순히「스피커」로 부르는게 걱절한 표현같다고 했다.
채의장은 「동료의원」이란 말을 특히 많이 쓰면서 앞으로 국회에서의 여야관계에 대해선 『야당의원들이 다 좋은 친구들이라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5대국회 때부터 줄곧 출마해 세번을 연거푸 낙선하여 야당의 원외당료로 버티다 8대때 신민전국구의원으로 처음 국회에 발을 디뎠다.
그후 신민당의 대변인·정무위원등을 하다 5공화국에서 집권당으로 전신했다.
그는 5공화국에서 이런 자신의 좌표설정을 『야당을 하다 여당으로 온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며 본래 추구했던 자리를 찾은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야당생활을 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정의로운 사회구현, l인 장기집권 반대 등을 현민정당이 추구하고 있는 만큼 지금에야 비로소 본래의 자리에 돌아왔다는 얘기다.
『보정법이 발동 안되는 상황이 바로 최선의 상황입니다. 국회법에 정해진 의장의 권한이 행사되기전, 다시말하면 법조문이 발동되지 않도록 사전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습니다』
채의장은 앞으로 국회운영방침을 의장의 권력행사보다 타협에 의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이라면 유권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유권자들을 한차원 높은 데로 계도해 나가는데 더 힘을 써야합니다. 명색이 정치에 투신한 사람이면 오늘의 문제만 수습, 미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미래를 위해 어떤 기틀을 잡느냐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금년에 지방자치제 실시문제·국회법 개정문제 등 산적한 정치의안을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당총재의 국회의장 내정지명단계라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이르다』 며 대답을 피했다.
최근 민정당의 당직개편 전부터 그의 중용설이 줄기차게 나왔는데 언제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뭐라고 말하기보다 대개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라며 말꼬리를 돌린다.
산부인과 의사인 부인 김성숙여사(57)가 경영하는 삼선동의 3층 병원건물 안 2층 살림방에서 기자를 만난 채의장은 부인이 의사였기 때문에 어려운 정치생활을 버티어 냈다고 술회했다.
몇 차례의 낙방으로 살림집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날린 어려운 시절에도 부인의 뒷바라지로 계속 정치권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치를 한번도 생활을 위한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채의장 옆에 앉아 줄곧 미소만 띠고 있던 부인 김여사는 『그렇지 않아요. 체력의 한계 때문에 23년간의 개업의 생활을 은퇴할 예정이었는데 의장공관으로 들어가게 돼 자동폐업하게 되었다』며 약간은 서운하다고 했다.
채의장은11대 국회가 우리 의정사상 획기적인 기점이 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과 합심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한밤중 부인과 함께 퇴임하는 정내혁 의장에게 신고인사를 가겠다고 나섰다.<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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