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외한, 유학 10년 만에 발음 교정 앱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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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영어 발음 전문 강사인 강진호(37·사진)씨는 영어 문외한이었다. 20대를 아마추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레코딩 엔지니어로 살았다. ‘생큐’와 ‘쏘리’가 아는 영어의 전부였다.

 음반시장이 어려워지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작정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고, 우연히 교양과목으로 선택한 ‘음성과학’ 수업은 재미 그 자체였다. 소리에 대한 분석을 사람의 음성에 대입해 연구하면서 한국어와 영어의 발음 구조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어에 ‘으’라는 소리가 없는데도 굳이 발음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는 “미국 스키 리조트에서 한국인이 ‘스키 보드(ski board)’를 빌려 달라고 말하자 직원이 사케 술병(sake bottle)을 가져다 줬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했다.

 영어 발음 해결을 위한 한국인만의 방법을 찾자는 목표를 세우고 언어치료학으로 전과(轉科)를 했다. 2006년 일리노이주립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강씨는 언어치료학 최상위 프로그램을 갖춘 멤피스대 박사과정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박사과정 2년차에 휴학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영어 발음 전문 강사직에 뛰어들었다.

 혀의 위치를 확인해 영어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클리어 스피치’라는 이름으로 이달 중 앱스토어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그 누구보다도 영어 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영어 스트레스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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