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북한카드」제시 한-소 접근 제동속셈-미, 북한 ″미소지침″의 진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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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이유로 북한과의 접촉자세를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미관계에 파문을 던지고있다.
미국무성은 미 외교관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외교관들을 만날때 『전처럼 찡그리거나 피하지 말고 미소를 보내라』는 지침을 이미 6개월전에 모든 재외공관에 시달했다. 서울의 미 외교관들은 6개월이나 지난 일을 지난 24일 한국 언론인을 상대로 처음으로 「공개」 했다. 그 진의는 무엇일까.
게다가 한국정부는 그런 사실을 사전에 협의 받았지만 그것이 미국의 정책변화가 아니라 9개 재외공관정도에 앞으로 적용을 고려하고 있는 시안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올바른 대응일까. 혹시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당국자는 한미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다고 믿는 때에 미국이 그렇게 나오는 참뜻을 알수 없어 궁금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 외교관의 설명에서도 뚜렷해진다. 그는 『최근에 한국정부가 교차승인문제에 기선을 쥐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일종의 (이에 대한) 대안을 낸 것이 아닌 가고 짐작할 따름』이라고 말해 한미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한국이 추진중인 교차승인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것이고 그 환경조성을 위해 중소와 교류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북한에 미소를 보내는 것이 결국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당국자는 물론 관계전문가들이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연대 이기탁 교수는 미국의 이 같은 지침이 소련타스통신기자의 방한시기와 일치되고 있음에 주목, 미국이 한국의 대소접근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알류샨열도-일본-한반도-오끼나와를 잇는 해안선의 전략거점의 확보라는 세계전략에 비추어 한소 관계의 개선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 북한카드를 불쑥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은 남북한관계의 해결을 위해 새 방식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미국무성고위관리의 발언(지난 1월27일)을 상기시키고 이에 앞선 완충제로 대북한 완화지침을 서울에서 터뜨렸는지 모른다고 풀이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 한국주도의 교차승인추진에 소극적인 점을 전제하고 미·북한비밀접촉가능성과 관련, 미국이 중공과 55년8월부터 바르샤바에서 미·중공 대사급 회의를 한동안 극비리에 진행 시킨점을 상기시키면서 완곡하게나마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렇진 않다 하더라도 접촉이 잦다보면 그들의 말대로 『조금씩 뭔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점을 그는 경계했다.
미국은 북한이 철도 및 항공 시설 등의 개선에 사용키 위해 신청한 유엔개발기금(UNDP) 1천8백60만 달러에 대해 이의를 재기하지 않아 북한에 명시적으로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과거 비슷한 베트남의 경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비교한다면 미국의 분명한 태도변화가 읽어지고 북한이 이에 모종의 화답을 한다면 망망대해였던 미·북한사이에는 하나의 해도가 그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 어깨너머로 북한과 한반도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에서도,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는 한국인들 우려와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진의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설령 미국의 진의가 그들의 설명 대로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자신의 그같은 행동에 의해 야기될 문제에 깊은 고려가 있어야할 것 같다.
왜냐하면 첫째, 이러한 미국의 대북한자세완화는 북한을 고무, 국제지위를 높여주는 반면 우리의 국제지위를 어렵게 하는 상대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의 그같은 자세가 다른 우방에 미칠 영향이다. 「아베」 일본외상은 최근 북한정치인과의 교류확대를 강조했다.
세째, 미국의 그 같은 자그마한 변화가 한반도의 안정과 균형에 미치는 심리적 불안정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언제나 깨지기 쉬운 특수성을 갖고있다.
사람들이 장난 삼아 던진 돌이 연못 안의 개구리에게는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라는 이솝의 우화가 상기된다.
때문에 우리정부도 미국의 대북한정책의 변화는 아니라고 본다는 식의 관망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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