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관피아 비리, 해도 해도 너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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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유착이 얼마나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1월부터 12월 24일까지 전국 검찰청에서 특별수사를 벌여 52개 공공기관 및 산하단체의 전·현직 임직원과 업체 대표 등 390명을 입건하고 이 중 256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폐해를 지적하는 언론의 집중적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8월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여 만에 놀랄 만한 수치의 비리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임직원들은 공사·납품계약, 직원 채용 및 인사, 연구개발, 대출·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관련 업체 측으로부터 금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기관장은 독과점 구조 속에서도 엉터리 실적평가와 부실한 경영감시 시스템에 편승한 방만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검찰은 “임직원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2008년 290조원에서 2013년 523조원으로 급증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공기업의 비리 단속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경제적 성장은 물론 정치적 안정과 투명한 사회라는 구호는 관피아 비리 척결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와 관련해 8명의 공무원을 문책하기로 했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조 전 사장에 대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해당 사무장의 폭로와 언론보도가 잇따른 뒤에야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또 대한항공 측에 조사 내용 등을 알려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공무원의 금품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서둘러 징계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국토부 공무원들의 ‘부정 승급’ 의혹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간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새해에도 관피아에 대한 수사는 꾸준하고 집요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