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사학법 공동수업 첫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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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제로 공동수업을 한 지 이틀째인 6일 교육 현장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수업을 하려는 교사와 만류하는 학교 측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정치권도 전교조의 공동수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간에 사립학교법 개정 협상이 진행되는데 학교 현장에서까지 공동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 "학생들은 법 개정 찬성 우세"=서울 D고 한 교사는 "어제와 오늘 전교조가 제시한 방안에 따라 공동수업을 했다"며 "개정 찬반 입장 자료를 주고 토론했는데 10명 중 8명이 개정 쪽 주장이 더 근거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수업 뒤 '사학법'이란 세 글자로 지은 삼행시에서도 사학법 개정 쪽 의견이 우세했다고 전교조는 주장했다. 전교조는 '사립학교는/학생을 위해/법과 양심을 지켜라' 등의 개정을 반대하는 3행시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학교장이 제지한 곳도 많았다. 광주 K고 이모 교사는 이날 수업을 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교장이 수업시간마다 쫓아다니면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만 넘어가 달라'고 해서 안 했다"고 전했다.

S고 윤모 교사도 "14일 수업하려고 하는데 다른 학교처럼 학교장이 반대한다고 밝힌 상태"라며 "분회원과 논의해 수업할지 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사립위원회 김행수 사무국장은 "16일까지는 대부분 공동수업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학교 측에서 공개를 꺼려 어디 학교가 수업을 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나는 딴짓 했다"=학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수업을 들은 D고 김모(19)군은 "선생님이 공립과 사립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설명했고 사립에는 비리가 많다고도 했다"며 "나는 딴짓을 하고 있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을 잘 듣는 애들이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모(19)군도 "수업시간에 설명은 들어서 뭔지는 대충 알겠지만 사학법 개정이 필요한 건지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며 "고3이니까 그런 문제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그냥 호기심어린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 "수업안 자체가 편향"=뉴라이트계 교육시민단체인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선 "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논란이 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특정 교직단체가 조직적으로 공동수업을 해 미성숙한 학생을 이용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위헌 시비조차 포함하는 사안이며 ▶사립학교법 개정안 관련 논의는 단일안이 아닌데도 마치 여당에 의해 제기된 것만 개정안인 듯 자료화했다고 주장했다.

고정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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